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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준 벤처협회장 "네이버 총수 지정 논란, '벤처' 특성 고려 못 한 처사"

박경훈 기자I 2017.08.24 13:40:56

"성장한 벤처기업, 이사회 중심으로 가야"
알리바바 사례, "회사 경영은 지분율보다 '리더십'이 중요"
중기부 장관 인선 관련 "차라리 더 신중하게 이뤄지는 게…"
"현실적으로 달러 버는 것은 결국 제조업, 관심 가져야"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오른쪽)이 24일 제주 서귀포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벤처업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서귀포=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성장한 벤처기업은 이사회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이해진 네이버(035420) 전 의장과 관련한 총수 논란은 벤처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봅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24일 제주 서귀포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총수 지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전날인 23일 열린 제17회 벤처썸머포럼 개회식에서 ‘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해 강조하며 “성장한 벤처기업들은 가족경영 내지 창업자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투명한 지배구조 형태로 나가야 한다”며 “그 중심에는 이사회 중심 구조가 있다”고 발언했다.

“벤처기업 지분 논란, 큰 의미 없어”

안 회장은 개회식 발언의 속내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최근 이 전 의장의 총수지정 논란을 보고 든 생각을 이야기 한 것”이라면서 “(이 전 의장이 가지고 있는) 4.6%의 지분이 네이버를 지배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3월, 14년간 몸담았던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네이버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은 국내 사업엔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달 1일 ‘준 대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준 대기업집단에 들어갈 것이 예상되고 있으며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기업을 지배하는 동일인(총수)를 지목해서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 문제가 떠올랐다.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보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네이버 자체가 동일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회사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동시에 친인척들의 사익 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도 부과된다.

이 전 의장은 22일 본인의 보유주식 11만주(0.33%)를 처분해 지분율을 4.61%에서 4.31%로 줄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총수 없는 대기업’이란 걸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벤처에서 지분 논란은 큰 의미 없다는 관점을 보였다. 일례로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 마윈의 지분은 현재 8%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은 30% 초반대다. 안 회장은 “알리바바를 두고 ‘손정의 회사’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는다”면서 “그 이유는 마윈이 ‘리더십’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가 크루셜텍(114120)을 창업할 때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인 16%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제가 만났던 나스닥 기업 창업자들의 지분도 대부분 5% 미만이었다”고 덧붙였다. 즉 경영자의 리더십 혹은 이사회 중심의 투명 경영이 더 중요하다는 것. 안 회장은 이달 초 설립한 벤처기업협회 산하 혁신벤처정책연구소를 통해 앞으로 ‘좋은 지배구조’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지지부진 중기부 장관 인선…“차라리 더 신중하게”

그는 공석 중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자리에 대한 생각도 표명했다. 안 회장은 “벤처부 장관이 빠른 시간 내에 취임했으면 좋겠지만 자칫 업계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분이 올 수도 있다”며 “차라리 조금 더 신중하게 장관 인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기업인의 ‘관’ 진출을 막고 있는 백지신탁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깨끗하게 정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다.

벤처업계의 미래에 대해 안 회장은 ‘제조업’을 연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 제조·하드웨어 벤처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줄어든 형국”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외국에서 달러를 버는 기업은 대부분 하드웨어 기반 벤처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 벤처스타트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미래가치산정을 들었다. 그는 “벤처캐피털이 투자하고자 할 때 애플레이케이션·서비스 기업은 미래가치를 보지만 제조업은 현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좋은 일자리’에 대해서 ‘조화로움’이란 단어를 꺼냈다. 그는 “한국은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재벌부터 중소기업·골목상권까지 시장 생태계가 정말 다양하다”며 “이 다양한 환경이 조화로움을 통해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면 어떤 나라보다도 독특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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