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TV ‘블프 할인’ 작년보다 더 싸게…"수익보다 재고떨이 먼저"

김응열 기자I 2022.11.28 15:09:53

삼성전자 QLED 65인치 TV, 작년 849달러에서 올해 797달러로
LG전자 OLED TV도 1799달러→1649달러…작년보다 8.3% 낮춰
원자재 및 인건비 등 제조원가는 상승…TV 수익성 악화 불가피
"쇼핑 성수기에 재고 안 팔면 경기 나쁜 내년엔 가격 더 낮춰야"

브라질 상파울루 지역의 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더 프레임 등 삼성전자 TV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미국의 최대 쇼핑기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은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지난해보다 더 저렴한 값으로 TV를 판매한다. 수익성이 예년보다 나빠지더라도 재고를 빨리 털어내, 내년 가격 하락 압박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6 시리즈 65인치 TV는 유통채널인 아마존과 월마트, 베스트바이에서 797달러에 판매 중이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때 베스트바이에서의 판매가격은 849달러였는데, 이보다 6% 더 싸졌다.

삼성전자의 65인치 네오 QLED 4K 제품도 지난해보다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지난해 베스트바이에서의 판매가격은 1499달러였으나 올해는 월마트, 베스트바이에서 1397달러에 올라와 있다.

LG전자도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때보다 TV를 싸게 팔고 있다. LG OLED 65인치 C라인(일반형)은 월마트에서 1649달러에 판매 중이다. 지난해에는 베스트바이에서 유통됐는데, 당시 판매가격은 1799달러였다. 지난해보다 8.3% 저렴하다.

일부 TV 제품은 사상 최대 최저가로 판매되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삼성전자의 크리스탈 UHD 85인치 TV를 997달러에 판매한다. DSCC는 “85인치 규모의 대형 TV가 1000달러 미만으로 판매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를 지난해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건 재고를 빨리 털어내려는 목적이 강하다. TV 사업 등을 포함하는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부문은 3분기말 기준 재고자산 규모가 27조97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말 재고자산은 22조3784억원이었으나 이보다 21% 늘었다.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TV, 오디오 등 사업을 영위하는 HE(홈 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의 3분기말 재고자산은 2조18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말 1조7155억원과 비교하면 27% 증가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 TV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기업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TV 판매 가격을 낮추면서 회사의 수익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값이나 인건비 등 제조원가는 오히려 오르는 상황인 만큼 매출이 늘더라도 영업이익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원재료 매입액만 보더라도, LG전자 HE사업본부 3분기의 경우 7조603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17% 올랐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할인 시즌 때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면서, 수익성은 아무래도 예년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단기적인 수익 악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록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더라도, 쇼핑 대목이 왔을 때 TV 재고를 털어내지 못하면 내년에는 더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라도 공격적인 할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재고를 줄이지 못하면 실적 반등의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며 “연말 성수기를 통해 재고 규모를 감소시키고 나면 내년에는 가격을 낮춰야 할 부담이 적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판매 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그간 팔지 못한 악성재고로 남아버리면 TV 상품성이 더 떨어져 가격을 추가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내년 역시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고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 점유율 유지와 확대, 판매를 통한 현금 확보 및 신제품 개발 등 기업 입장에서는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수익성을 잠시 희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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