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특허도전 독려?..'복제약 독점권도 나눠먹기' 현실로

천승현 기자I 2015.05.12 14:12:43

13개 업체 '아모잘탄' 복제약 첫 우선판매품목허가 획득
제약사 무더기 특허도전으로 독점권도 수십개 업체 공유
3월부터 1499건 특허심판 접수..제약사 비용부담 천정부지
제약업계 "정부·변리사만 수혜" 비판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의 특허도전 동기부여를 위해 도입된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업체간 ‘묻지마 특허소송’ 전략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특허소송이 사실상 복제약(제네릭) 허가의 필수 절차로 인식되면서 제약사들의 비용 부담만 치솟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휴온스(084110), JW중외신약(067290), 서울제약(018680) 등 13개사가 지난 8일 ‘암로디핀’과 ‘로잘탄’ 성분의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 제네릭에 대한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아모잘탄의 개발사 한미약품과의 특허심판에서 승소하고 9개월동안 먼저 팔 수 있는 우선판매권을 따냈다. 13개사 중 12개사는 제네릭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13개 업체 이외의 제약사들은 9개월 후인 내년 2월 8일까지 아모잘탄 제네릭 시장 진입이 금지된다. 지난 3월 본격 시행된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따른 첫 독점권 부여 사례다.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제네릭 허가를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와 연계해 내주는 제도다. 가장 먼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무효를 이끌어 낸 제네릭은 9개월간 다른 업체의 진입 없이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취지는 특허권자를 보호하고, 적극적으로 특허도전을 하는 업체에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첫 우선판매품목허가를 13개 업체가 공유하면서 “독점권이라는 특혜가 무의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이번 사례처럼 ‘무더기 우선판매품목허가’는 이미 제도 시행 전부터 예견됐다. 우선품목판매허가를 받으려면 ‘최초 특허심판 청구’와 ‘최초 허가신청’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허심판의 경우 최초 심판으로부터 14일 이내에 청구하는 제네릭은 모두 가장 먼저 청구한 것으로 간주된다.

특정 특허에 대해 1월1일 처음으로 특허심판이 청구됐다면 15일까지 같은 내용의 특허심판을 청구해도 우선판매품목허가를 공동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 사전에 특허전략을 고민했던 업체들에도 우선판매품목허가 획득의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단독으로 제네릭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특허심판 소식이 들려오면 결과와 무관하게 특허소송에 가담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월별 의약품 특허심판 청구건수(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5월은 10일까지 누계)
실제로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이후 제약업계 전반으로 특허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식약처의 의약품특허목록집에 따르면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시작된 지난 3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청구된 특허심판은 무려 1499건에 이른다. 지난해 1년 동안 제기된 특허심판 107건의 14배에 달한다. 지난달에만 총 797건의 특허심판이 청구됐다. 하루 평균 27건의 특허소송이 제기된 셈이다.

첫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은 ‘아모잘탄’보다 시장성이 큰 제품의 경우 특허도전을 시도하는 제네릭 업체들이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사실 아모잘탄은 지난해 593억원의 처방실적을 올렸지만 제약사마다 이미 유사 제품을 보유한 터라 제네릭 시장은 매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아모잘탄과 유사 성분으로 구성된 고혈압복합제 ‘엑스포지’(암로디핀+발사르탄)의 경우 이미 80여개사가 제네릭을 발매한 상태다.

특히 아모잘탄의 사례처럼 제약사들이 연대세력을 꾸려 특허소송을 제기하면 우선판매권을 가져가는 업체들은 기하급수로 늘어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이후에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수십개 업체들이 동시에 우선판매품목허가를 신청하면서 소송 비용을 포함한 허가 비용만 치솟게 됐다. 연간 소요되는 전체 소송 비용이 최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우선판매품목허가를 신청하려면 식약처에 별도로 125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업체 역시 소송비용 뿐만 아니라 특허등록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여부는 지난 2012년부터 식약처가 운영 중인 의약품특허목록집에 수재된 특허를 기준으로 하는데, 지금까지 1705개의 특허가 등재됐다. 제약사들이 특허등록부터 소송비용, 허가 수수료 등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법무법인과 변리사 업계, 정부 수익으로 들어간다.

업계 한 개발담당자는 “특허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수십개 업체에 제네릭 시장 선점 기회를 뺏기게 돼 치명적인 손실도 예고된다”면서 “제약사 입장에선 제네릭 시장 진입 비용 부담만 커졌고 변리사들과 정부 수익만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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