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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분석]'효자' 자회사와 10년만에 결별하는 OCI

박수익 기자I 2015.06.02 13:30:00

수익성 높은 OCI머티리얼즈 매각 결정
지분가치 1년새 3배급증 매각 최적타이밍
차입대신 알짜회사 매각해 투자금 마련
보수적 재무정책으로 본업 집중 경영전략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OCI(010060)가 돈 잘 버는 효자(孝子) 자회사 OCI머티리얼즈(036490)와 결별을 선언했다. OCI가 지난 2005년 OCI머티리얼즈(당시이름 소디프신소재)에 첫 지분투자를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LCD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삼불화질소(NF3), 모노실란(SiH4) 등을 생산하는 곳으로, OCI와 산업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그동안 매각설이 제기됐던 곳이다.

지난해 2월에도 한국거래소로부터 매각설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부인했지만, OCI는 결국 자신들의 보유지분 전량(49.1%)를 연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발표 타이밍을 보면 OCI에게 일종의 여유가 느껴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OCI가 보유한 머티리얼즈 지분가치는 현재 경영권프리미엄을 제외해도 6000억원을 웃돈다. 매각설이 나돌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지분가치가 2000억원 안팎이었지만, 그동안 주가가 3배 이상 오르면서 지분가치도 급증했다. 시간에 쫓기듯이 울며겨자먹기로 핵심 자회사를 팔아야 하는 기업들과 달리 최적의 매각 타이밍을 골라서 발표한 듯한 분위기다.

OCI가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축구장 1600개 넓이의 부지에 짓고 있는 400MW 규모의 알라모(Alamo) 프로젝트 현장 전경. (그래픽: 이동훈 기자)


◇돈 잘 버는 자회사 매각 왜?

OCI머티리얼즈는 현재 삼불화질소 생산량 세계 1위 업체이며, 수익성도 비교적 높은 회사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5%, 올 1분기엔 28.9%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으로는 하반기 판가 인상 등을 감안하면 3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게 최근까지 복수의 국내증권사 분석이었다.

OCI가 이처럼 돈 잘 버는 자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폴리실리콘부터 태양광발전까지 기존의 ‘밸류체인’에 집중하는 동시에 에너지저장장치(ESS)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OCI는 매각 결정과 관련 “기존 핵심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적은 특수가스 사업을 매각해 태양광 발전,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카본케미칼 등 기존 핵심사업 분야의 역량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OCI머티리얼즈 매각발표를 계기로 OCI가 보여준 재무정책과 경영전략이다. 그룹별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대외신용도에 큰 문제가 없는 곳이라면 M&A나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외부차입을 활용하는 것이 통상적 재무정책이다. 그러나 OCI는 추가 금융비용을 수반하는 차입 확대보다는 사업 연관성이 낮은 알짜 자회사를 매각해 최대한 안전하게 투자금을 확보해놓고 가겠다는 방향을 시장에 제시한 것이다.

◇보수적 재무정책…다각화보다는 ‘집중’

최근 국내신용평가사들은 정기평가를 통해 OCI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내렸다. 태양광산업 업황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 재무상황이 ‘AA-’급에는 걸맞지 않다는 평가였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재무항목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 재무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대비 총차입금은 3.7배. 현재 벌어들이는 수입을 3년 정도 모으면 대부분의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재무악화로 본사 건물을 팔아야 했던 모 기업은 23년을 꼬박 모아야 빚을 갚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자비용 대비 벌어들이는 돈의 비율(EBITDA/이자비용)도 6.9배 수준으로, 차입금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재무상황이 열악해 이를 악물고 이것저것 다 팔아야 하는 회사들과는 상황이 다르고, 굳이 알짜 자회사를 매각하지 않더라도 현 신용도만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하거나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의미다.

그럼에도 OCI가 머티리얼즈를 매각하는 것은 최대한 보수적인 재무정책을 유지하면서, 태양광 업황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경영방향도 ‘사업다각화’보다는 본업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사업 집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OCI는 태양광 밸류체인 전반에 진출해있는 세계적 티어(tier)이지만, 계속해서 상당한 투자부담이 따르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한 차입보다는 보수적인 재무정책 기조를 가져가면서 선제적으로 재무부담을 해소하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 OCI에 남은 관건은 효자 자회사와 결별하면서까지 집중하려 하는 태양광발전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서 얼마나 성과를 얻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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