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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구축함 홍해 파견…중동지역 軍긴장 더욱 고조

방성훈 기자I 2024.01.02 14:20:11

이란, 미군 후티 선박 파괴 하루만에 홍해 구축함 파견
美주도 연합군 대응·후티 지원…배후 이란설 사실로
해역 확보 놓고 미 해군과 무력충돌 가능성…긴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해군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들을 상대로 공격을 가해온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을 침몰시키자 이란이 홍해에 군함을 파견했다. 후티 반군의 배후에 이란이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미 해군과 이란 군함 간 무력충돌 가능성에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USS아이젠하워호 (사진=AFP)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 언론은 이날 자국의 구축함인 알보르즈호가 홍해와 아덴만 사이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통과해 홍해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알보르즈호의 임무가 정확히 무엇인지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란의 알보르즈호 홍해 파견은 미 해군이 후티 반군의 선박 세 척을 파괴한 지 약 하루 만에 이뤄졌다. 후티 반군 선박 4척은 지난달 30일 홍해 남쪽을 통과하던 싱가포르 선적의 덴마크 소유 컨테이너선 머스크 항저우호를 미사일로 공격하고 승선을 시도했다. 조난 신고를 받은 미 해군은 구축함 USS아이젠하워호와 USS그레이블리호의 헬기로 대응에 나섰다. 이후 후티 반군은 헬기의 구두 경고를 무시하고 총격을 가했으며, 미 해군은 4척 중 3척을 침몰시켰다. 파괴된 3척의 탑승자는 전원 사망했고, 1척은 도주했다.

후티 반군의 야히야 사리 대변인은 미 해군의 공격으로 선박이 침몰해 1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고 밝혔다. 또 예멘인, 아랍인, 이슬람교도들을 향해 “미국의 확장에 맞서기 위해 모든 옵션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의 구축함 파견은 미국 주도 연합군에 맞서는 동시에 후티 반군을 지원하기 위한 무력시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후티 반군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미국 등의 추측도 사실로 판명났다는 진단이다. 이란은 그동안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과 관련성을 부인해 왔다.

후티 반군은 지난 한 달 동안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하며 컨테이너선 한 척을 피랍했고, 10척 이상의 민간 상선에 100차례 이상 드론 및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달 해상 교통을 보호하기 위한 다국적 안보 구상 ‘번영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창설하고, 현재 연합군과 함께 후티 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며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머스크 등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은 홍해 항행을 다시 한 번 일시 보류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세계 무역의 약 12%를 처리하는 해상로에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가중됐다”며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이 있고, 글로벌 무역에 필수적인 해상로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목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미 시리아 특사 및 중부사령부 전략정보 고문 출신인 조엘 레이번 육군 예비역 대령은 “이란의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미군을 이 지역(중동)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라며 “이란 정권은 예멘에 전초기지를 두고 항상 이런 일을 하려고 해왔다. 자신들이 지역과 해상로를 가로지르는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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