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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상사 이사회 결국 불발…극단 치닫는 고려아연·영풍 갈등

김성진 기자I 2024.03.27 14:10:15

27일 영풍 측 인물들 이사회 불참
정족수 미달로 결국 개회 불발
3월 내 주총 미개최로 법적 책임 질 듯
고려아연, 법적 대응해 주총 개최 고민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영풍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으로 떠오른 서린상사가 영풍과 고려아연 간 갈등 심화로 결국 이사회를 개최하는 데 실패했다.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자, 영풍이 아예 이사회 불참으로 맞불을 놓으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예정된 서린상사 이사회는 영풍 측 이사들이 불참해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않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오전 11시부터 준비하고 기다렸으나 영풍 측 이사들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풍 장형진 고문(왼쪽)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이날 이사회에서는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사내이사 4인을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영풍 측이 이에 반발하며 이사회조차 열리지 않은 것이다. 현재 서린상사 이사회는 7명으로 고려아연 측 4인, 영풍 측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 상황에서 고려아연 측 신규 사내이사 4명이 추가되면,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앞서 지난 14일에도 이 같은 이유로 한 차례 임시 이사회가 불발된 바 있다. 영풍 관계자는 “이사회가 열리면 경영권을 뺏기는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사회에 참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 3월 내 주총 개최가 어려워지며 서린상사 대표이사 등은 상법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상법 제354조에 따르면 기업들은 결산일 기준 3개월 이내 총회를 종료해야 한다. 서린상사는 12월 결산법인이라 올 3월 내 주총을 완료해야 한다. 주총을 열지 못 할 경우 대표이사 등은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여기에 더해 대표소송, 이사해임 청구 등의 추궁도 따라붙는다.

주총 개최를 위해 고려아연 측은 ‘추가 이사회 개최 시도’와 ‘법적 대응’ 등의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졋다. 다만 추가로 이사회 개최를 시도해봤자 여전히 영풍 측 이사들이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 법적 대응에 나서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총회 소집이 지연될 경우 주주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서린상사는 영풍그룹 계열사로 고려아연과 영풍의 비철제품 수출을 담당하는 회사다. 최대주주는 고려아연(66.7%)이지만 실제 경영은 영풍 측 인물들이 주로 하고 있다. 양측은 6개월 전부터 서린상사를 인적분할 하는 방안을 두고 협의를 지속해오다 올 들어 협상이 완전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린상사는 지난해 매출 1조5290억원, 영업이익 175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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