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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현행법상 가능' VS '특별법 제정해야'

김성훈 기자I 2017.04.26 11:03:37

인권위 권고에도 "현행법상 불가능" 말만 되풀이
국회 입법조사처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 간주 타당"
法, "기간제 교사도 교육 공무원법상 교육 공무원 해당"
전문가 "정부 의지에 달린 문제"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 인정 대책위원회 등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윤여진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 숨진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최근 ‘기간제 교원이라도 공무 수행 중 사망하면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어서 순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않고 있다.

하지만 교육 공무원법상 기간제 교사를 교원으로 인정하고 공무원으로 간주한 판례가 있을 뿐 아니라 공무원연금공단과 국회입법조사처가 ‘인사처 결정만 내려지면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 인사처가 형식적 법 논리를 앞세워 죽음마저 차별하는 현실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고귀한 희생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처, “특별법 제정 않는 한 방법 없어”

인사처는 ‘기간제 교사가 4만 6000명인데 두 교사(故 김초원·이지혜 교사)에 대해서만 공무원 연금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무원 연금법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가의 직원’ ‘인사혁신처장이 인정하는 사람’을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동극 인사처장은 지난달 말 취재진들에게 “기간제 교원은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어 ‘업무상 사망’에 따른 보상이 이뤄진다”면서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는 한 기간제 교사를 순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현행 직무상 재해보상 제도는 비공무원인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 연금법’에 따라 운영한다.

‘기간제 교사의 경우 공무원 신분이 아니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뿐 공무원연금법상 순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인사처의 논리다.

그러나 이미 지난 2015년 순직 인정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순직 인정에 대한 인사처의 법률 자문에 대해 ‘인사처가 결단하면 가능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회신한 바 있다.

인권위가 최근 “공무원 연금법과 같은 법의 시행령(제2조 4호)에 따라 기간제 교원 등이 공무 수행 중 사망시 순직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정부내 유권해석을 근거로 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를 교육 공무원으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 일부 기간제 교사들이 “‘교육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성과 상여금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것은 차별적 처우”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소송에서 1·2심 법원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비록 기간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교육 공무원법에 따라서 임용되는 교원임이 명백하므로 기간제 교원도 교육 공무원법에서 정한 교육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인사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교육 공무원법에 ‘상시 공무’ 종사자만 공무원으로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시’라는 문구 때문에 기간제 교사를 공무원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만일 기간제 교사를 교육 공무원으로 인정한다고 해도 소급이 안 되기 때문에 특별법을 만들어 적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순직 인정 여부, 정부 ‘선의’(善意) 문제

전문가들은 “결국 순직 인정 여부는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순리적으로 상위법 원칙이 맞기 때문에 교육 공무원법에서 기간제 교사를 공무원으로 인정하면 국가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법률을 우선하고 법률 내용이 모호하다 하더라도 당사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 주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순직을 인정하는)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학생 대피를 돕다 숨진 교사를 ‘순직 공무원’보다 예우 수준이 높은 ‘순직 군경’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도 ‘형식적인 법 적용 보단 해석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상 군인, 경찰·소방공무원 등이 국가 안전 보장이나 국민의 생명 보호와 관련한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경우 ‘순직 군경’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 신분인 교사라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들을 구조하다 사망한 경우 법원이 국가유공자법상 순직 군경에 준하는 보호와 예우를 할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소병진 판사는 세월호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이모(당시 32세) 씨의 유족이 인천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군경 등의 역할을 사실상 대신하다가 사망한 일반 공무원에게 순직 군경의 예우와 혜택을 준다고 해도 형평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두 교사의 유족들은 참사 1년 뒤인 2015년 6월 순직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하자 지난해 6월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다음달 초 서울행정법원에서 4차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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