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아동음란물 소지 전과자, 공무원 임용 '영구제한'…헌재 "헌법불합치"

김윤정 기자I 2023.06.29 15:46:50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조항 헌법불합치
헌재 "모든 직무 영구 임용 제한, 침해 최소성에 위배돼"
반대 의견 "공직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 유지 어려워"
2024년 6월 1일까지 효력 유지…이날까지 법 개정 필요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소지해 처벌받은 사람의 공무원 임용을 영구 금지한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사진=방인권 기자)
29일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대심판정에서 청구인 A씨 등이 국가공무원법 33조 6호의4 나목 등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에 대해 재판관 6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른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정한다.

헌재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소지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을 공직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공무수행을 원활하게 하고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무에 상관 없이 일반직공무원 임용을 영구적으로 금지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소지죄 자체로는 아동·청소년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다른 성범죄들과 비난가능성이나 위험성의 면에서 차이가 있다”며 “이런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소지죄를 범해 형이 확정됐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이 되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지나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 등과 무관하게 일반직 공무원 직무 전체에 일률적으로 영구히 임용을 제한하고 결격사유를 해소할 수 있는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아 청구인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은 공익의 중대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은애, 이종석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소지죄로 형을 선고받아 그 형이 확정된 사람을 국민의 신뢰가 생명인 공직사회에 아무런 제약 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면 성착취 및 성학대로부터 아동 청소년을 보호하기는 어려워질 것이고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실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청구인들은 일반직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는 제한을 받지만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소지죄를 범한 사람이 공무를 수행할 경우 공직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불이익은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청구인 A씨는 2019년 9월경 텔레그램 ‘박사방’에 입장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휴대전화로 내려받고 소지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밖에도 2021년 1월 21일 인터넷 링크에 접속하는 방식을 통해, 2019년 8월경에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휴대전화로 내려받고 소지한 혐의도 있다.

벌금 70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40시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A씨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2022년 9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해당 조항들은 2024년 6월 1일부터 효력을 잃는다. 헌법불합치는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즉각 무효가 될 경우 혼란을 막고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시한을 정해 해당 조항의 효력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