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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금추' 올해는 '흙추'..1년새 신분 바뀐 배추

피용익 기자I 2017.11.10 14:12:13

겨울배추 가격 작년보다 56% 하락 전망
정부, 배추 2만t 폐기해 가격 안정 주력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폭락해 농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배춧값이 폭등해 소비자의 우려를 키우더니 올해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공급 부족을 걱정하던 정부는 이제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배춧값의 딜레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9일 기준 가을배추(상품) 1포기 가격은 평균 2576원이다. 배추가 ‘금추’로 불리던 지난해 같은날(3281원)에 비해 21% 하락했다. 농가에선 배추가 아니라 ‘흙추’라는 푸념마저 나온다.

정확히 1년 전에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지난해 11월9일 배추(상품) 1포기 가격은 전년 같은날(2182원)보다 50% 높게 형성돼 있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장철 배춧값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 물량 방출, 농협 할인 판매 등 수급 안정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이와는 반대로 올해 배춧값이 폭등하자 농식품부는 이달 중으로 배추 2만t을 폐기해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와 농협은 먼저 가을배추 1만1000t을 감축키로 했다.

김원석 농업경제대표이사는 “재배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농업인의 소득 지지를 위해 농협이 할 수 있는 모든 수급안정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장에 풀린 겨울배추 가격도 심상치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11월 농업관측정보에 따르면 올해 겨울배추 예상 평균 도매가격은 10㎏당 3500원으로 작년(7960원) 대비 56%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배추 가격 폭락한 것은 재배면적 증가로 인한 공급 초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전국 겨울배추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최대 13% 증가한 3924㏊에 달했고, 이에 따라 올해 배추 생산량은 작년보다 30% 많아진 33만t으로 예측됐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이달 중으로 배추 2만t을 조기에 폐기하면 가격이 3000원 밑으로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배추를 비롯한 주요 채소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올해 김장 비용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aT의 조사 결과, 4인 가족이 전통시장에서 배추 20포기를 기준으로 김장을 하는 경우 22만5155원(8일 기준)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료를 대형유통업체에서 구매하는 경우에는 23만7320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1.2% 하락한 수준이다.

김동열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급이사는 “올해 김장비용이 지난해에 비해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장을 더 많이 해줄 것을 국민들께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절기상 입동인 지난 7일 오전 강원 춘천시 사농동의 배추밭에서 농민들이 가을 김장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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