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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성장 대응 전략은 “기술은 초격차, 시장은 반격차”

이명철 기자I 2024.04.19 15:16:51

한·미·중 전문가 이우근 칭화대 교수, 반격차 전략 강연
“고품질 한국 제품 경쟁력 있어, 설계 분야 협력도 가능”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中 첨단기술 경쟁력·미래전략’ 출간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초강대국인 미국이 직접 견제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한 우리나라는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지만 막대한 중국 시장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상호 윈-윈을 위한 방안을 찾으려면 ‘반(半)격차’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가 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포스코빌딩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는 19일 중국 베이징 포스코빌딩에서 열린 중국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전략 세미나에서 ‘한중 반도체 산업 역학과 반격차 전략’ 강연을 통해 “기술은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시장은 반격차 전략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IBM 왓슨 연구소 근무 경력이 있다. 이후 칭화대에서 종신교수로 있는 한·미·중 반도체 전문가다.

인공지능(AI)와 5세대 이동통신(5G) 같은 신기술이 발전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 중국에게 기술 개발은 불가피했다. 중국에서 범용(레거시) 반도체 생산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일류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과 내수 시장 자체가 막대한 규모인 중국의 반도체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중국은 전세계 반도체의 반 이상을 수입하는데 수입액이 석유보다 많은 상황이었다”며 “싼 가격의 반도체까지 수입할 필요가 있냐는 판단에 범용부터 국산화하자는 게 중국의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막대한 지원 속에 반도체 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중국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설계) 회사는 3500여개로 200여개 수준인 한국을 크게 앞지른다. 파운드리 업체들도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가 매년 열리는데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2022년과 2023년 연속 최다 논문 채택 국가가 됐다.

급성장하는 중국 반도체 시장을 두고 우리는 협력을 통해 기회를 모색할 필요도 있다는 게 이 교슈의 제언이다.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분야 협력은 외교 문제와 연관이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등 제재를 걸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 교수는 “미·중 갈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데 중국과 협력이 완전히 제로(0%)냐, 아니면 10% 정도라도 되느냐는 나중에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반도체 전시회’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AFP)


협력할 분야는 있다. 이 교수는 “같은 가격이라면 품질이 더 좋은 한국의 반도체나 설비 등이 충분히 (시장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7nm(나노미터) 같은 첨단 반도체도 나중엔 범용이 될 텐데 그때 중국의 또 하나의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 반도체 설계 등 분야에서 같이 연구해 아시아 시장에서 기술을 표준화하고 수출과 지적재산권(IP) 수익 배분도 가능한 분야로 꼽았다.

앞으로 반도체 시장을 좌우할 요인으로는 ‘인재’라는 판단이다. 이 교수는 “미국의 인텔이나 일본도 결국 앞으로 인력이 부족할 것이고 중국은 아직 경험이 많은 전문인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양성’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창업 생태계 조성, 스타 엔지니어 육성, 학술 교류 등을 통한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 과학기술분야의 현안인 핵심 이슈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행아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을 비롯해 이 교수, 김종명 상해과기대 화학과 교수, 정용삼 남경농업대 동물의학과 교수, 김정식 북경항공항천대 중국-프랑스 공학부 교수, 김시환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는 ‘중국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 전략’이라는 책을 출간해 중국 5대 미래 기술인 반도체, 이차전지, 첨단바이오, 수소, 양자정보기술의 현주소와 한국과 중국간 협력 방안 등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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