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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대형병원도 텅텅…소청과 2년차 이상 레지던트 구인난

이지현 기자I 2023.08.01 15:05:21

올해도 27명 모집에 지원자 0명 기록
저출산에 악성민원 저수가 등 기피원인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일명 ‘빅 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들이 2년차 이상 소아청소년과 상급년차(레지던트) 모집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전공의 소청과 기피현상이 상급년차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하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이데일리가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서울 5대 병원 중 소청과 상급년차 모집에 나서지 않은 서울대 병원을 제외한 4개 병원의 채용현황을 종합한 결과 총 27명 모집에 지원자는 0명이었다.

세브란스병원 12명, 삼성서울병원 6명, 서울성모병원 6명, 서울아산병원 3명 등을 충원할 계획이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있는 세브란스병원 전체 소아청소년과 2~3년차 레지던트 총 19명을 모집했지만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도 “전국 8개 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2~4년 정도의 상급년차를 총 23명 모집했지만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채 전형이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소청과 기피현상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급감하는 등 해마다 출산율이 가파르게 줄고 있는데다, 몇몇 어린이 환자 보호자들의 악성 민원에 정신적인 피로도가 높은 과로 알려진 것 등이 대표적인 기피 이유가 되고 있다. 게다가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어 수입을 국가가 정한 의료 수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상황이 재현된다면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는 점도 기피 이유를 거들고 있다.

실제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일반의 신규개설 일반의원 진료과목 신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신규 개설된 일반의원 중 53곳이 소청과 진료를 한다고 신고했지만 5년 후인 2022년에는 36곳으로 감소했다. 반면 피부과는 같은 기간 154곳에서 193곳으로 4.2%포인트 늘었다. 비급여 인기과목을 중심으로 진료하는 일반의의 개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상급년차 지원자는 전통적으로 뜸했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소청과 2년차 1명, 3년차 5명, 심장혈관흉부외과 2년차 2명 등 총 8명을 채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서울삼성병원 관계자는 “상급년차 지원자는 역사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급년차 선발과정은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급연차 전공의 모집은 해당 병원의 부족한 지원자를 추가 모집하는 창구로 활용됐다. 하지만 A대학에서 B대학으로 편입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기준이나 선발과정이 까다로워 아예 지원 자체가 드물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흉부외과와 산부인과만 상급년차 모집을 진행했다”며 “상급년차 선발이 편입에 해당하는 거라 사실 지원자가 전반적으로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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