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껐지만…쿠팡 물류센터 대출만기 불똥

전재욱 기자I 2021.06.22 11:56:38

올해 말부터 물류센터 담보대출 3000억원 상환 압박
담보가치 재산정 앞두고 전소하다시피 타버린 창고
보험금 받아 대응한다지만 액수와 시점 낙관 어려워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쿠팡은 불이 난 덕평물류센터를 담보로 일으킨 대출 수천억원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자금 상환 압박까지 받을 전망이다. 온전한 상태에서 담보를 건 물류센터가 전소하다시피해서 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게 변수로 꼽힌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폭격을 맞은 듯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출 담보 잡힌 물류센터 전소


22일 쿠팡의 1분기 보고서를 보면, 회사가 대출한 3억9100달러(현재 환율로 약 3400억원)는 올해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차례로 만기가 돌아온다. 이 대출은 쿠팡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주로 담보로 잡아 일으킨 것이다.

개중에 2017년 부동산 신탁사(社) 아시아신탁에 덕평물류센터를 맡겨 금융 상품화하고 투자자로부터 3000억원을 조달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대출은 올해 12월부터 내년 4월까지 차례로 만기가 도래한다. 앞으로 6개월이 지나면 자금 상환 압박이 시작한다.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대출 유지에 변수다. 통상 대출은 기한 이익을 따지기 때문에 만기를 정하고 상환 및 연장한다. 쿠팡이 매해 영업적자를 쌓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 상환 여력이 넉넉하지는 않은 상황이고, 연장하려면 통상 대출 조건을 다시 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담보물건 가치를 다시 산정해야 하는데 불에 탄 물류센터의 담보 가치를 얼마나 인정할지가 문제다. 물류센터가 재가동 궤도에 오를지, 이로써 다시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에 대한 평가 문제다. 롯데케미칼 사례를 보면, 작년 3월 폭발사고가 나고 고용노동부 허가를 받아 12월 재가동하기까지 3개 분기를 쉬어야 했다.

대출 연장해도 “조건 악화”

이 기간 쿠팡 수익성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이로써 차주(쿠팡)의 신용도는 변동할지 등도 대출 연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다. 현재 대출 이율은 연 8.5%로 금융기관 기업대출과 비교하면 고율인 편이다. 부동산 신탁업계 관계자는 “화재는 담보 가치 인정 규모와 대출 금리 변동에 영향을 주는 변수”라고 말했다.

쿠팡이 화재 보험금을 받아 자금상환 압박을 벗어나리라는 기대도 있지만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쿠팡은 DB손해보험에 보험금 최대 4000억원을 받는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보험금이 최대로 나오면 대출에 대응할 여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계약 내용을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통상 이런 계약은 기업이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자 자기 책임을 인정하는 공제(deductible) 항목을 넣기 마련”이라고 입을 모은다. 4000억원을 꽉채워 보험금으로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금 지급 시점도 문제다. 대규모 재해는 발생 원인 규명과 손해 산정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 폭발 사고 원인 규명이 현재까지 진행 중인 것은 사례다. 원인을 밝히면 쿠팡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도 정해야 한다. 그래야 손해 규모를 확정하고 이에 따라 보험금을 산정한다. 현재 원인과 손해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금 지급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보험금 가지급은 희망 사항

물론 당사자 합의로 보험금을 가지급할 수 있지만 희망 사항에 가깝다. 보험사 관계자는 “선례가 있지만, 보험금 지급에 보수적인 보험사가 여기에 동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동의하더라도 최소한에서 책정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아울러 쿠팡은 앞으로 보험계약에서 입지를 좁혀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계약자의 화재 전력은 보험료(내는 금액)를 올리고 보험금(받는 금액)을 낮추는 근거라는 것이다. 앞으로 회사 재무제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항목이다.

부동산 신탁업계 관계자는 “화재 보험금이 언제, 얼마가 나올지가 대출 만기를 감당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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