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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장악 다 마쳤나…국내외 회의 참석 줄이는 시진핑

이명철 기자I 2023.08.21 14:19:04

SCMP “3기 임기 회의 38회 주재, 5년 전엔 59회”
믿을만한 대리인에 위임하고 전국 지방 시찰 공들여
정치 분석가 “권위 확립돼…국정 운영에 여유 생겨”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점차 최고위급 회의 참석을 줄이는 대신 전국 각지를 순회하면서 현장의 의견을 듣는 행보를 더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상 처음으로 3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내부 장악에 힘쓴 결과 믿을만한 대리인에게 현안을 맡긴채 뒤에서 지휘만 해도 될 정도로 권위를 쌓았다는 시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3기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지난주까지 38번의 국내 회의를 주재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시 주석의 2기 임기가 시작했던 5년 전 같은기간 59회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뒤를 이어 첫 임기를 시작한 10년 전 50회보다도 적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코로나19 제한 조치를 폐기했던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국내 회의 주재 횟수는 19번으로 5년전 같은기간 26회, 10년 전 22회보다 적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관계없이 시 주석의 국내 회의 참석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회의 또한 올해 3월 이후 31회에만 참석했는데 이는 5년 전 38회, 10년 전 43회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시 주석은 회의에 직접 참가하는 대신 믿을만한 대리인에게 위임을 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는 허웨이둥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맡기고 본인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다.

2013년과 2018년 직접 참석했던 보아오 포함도 올해 3월말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며 리창 리가 개회 연설을 했다. 지난달 사이버 보안 관련 회의도 충성심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진 차이치 참모장과 딩쉐샹 부총리가 참석했다.

회의를 주재하는 대신 시 주석은 전국을 돌며 현장 행보를 보이고 있다. SCMP는 시 주석이 올해 3월부터 광둥성·허베이성·산시성·내몽고성·장쑤성·쓰촨성 등을 방문하는데 22일을 소요했다고 전했다. 5년 전 13일, 10년 전 15일보다 훨씬 많은 편이다. 최고 지도자가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전통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최근 달라진 시 주석의 행보를 보고 지난해 10월 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압도적으로 3기 임기에 성공한 후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두 번의 임기 동안은 주요 이슈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시 주석은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벌이는 등 중국 내 세력을 장악하는 데 큰 힘을 들였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달리 양 시카고대 정치학자는 “일정은 언제든 시 주석에 맞춰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회의) 출석 횟수가 줄어든 것은 일정 충돌 때문이 아니다”라며 “권위가 확고하게 확립됐기 때문에 더 편안해지고 이제는 비공개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시 주석 측근들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하면서 이들을 대리인으로 보내고 본인은 위임하고 지시만 내릴 여유도 생겼다는 평가다.

베를린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 연구소의 중국 분석가 니스 그륀버그는 “시 주석이 이제 자신이 직접 선택한 팀을 갖게 됐다고 본다”며 “중요한 직책에 신뢰할 인물을 앉혔다는 자신감에 이전보다 여유를 갖고 뒷자리에서 감독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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