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 장의 AI 포스터…'돈 찍기' 속 성난 민심에 기름 부었다

김혜선 기자I 2023.11.20 13:01:08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극우 아웃사이더’인 하비에르 밀레이(53·자유전진당) 후보가 승리했다. 그동안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던 시민들이 집권여당을 심판한 성격이 짙지만, 말레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AI(인공지능)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밀레이가 엑스에 공유한 대선 토론 AI사진. 상대방인 마사 후보를 피노키오로 묘사했다. (사진=엑스)
밀레이 당선인은 아르헨티나 정치권에서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후보였지만, 현 정권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아르헨티나는 140%에 가까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여당에 대한 민심이 들끓기 시작해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도 일찌감치 재선을 포기할 정도였다. 결국 경제부 수장인 세르히오 마사(·대중영합주의자) 후보가 여당 후보로 나섰으나 민심을 돌리지는 못했다.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등장한 AI 생성 이미지와 영상 등을 조명하며 이번 선거를 ‘AI 대선’으로 평가했다. 과거에도 딥페이크 등 AI를 이용한 선거 홍보물 제작 시도가 있었지만, 이번 아르헨티나 선거에서는 후보의 선거 캠프 뿐만 아니라 각 진영의 지지자들이 생성AI로 수많은 영상과 이미지를 만들어 뿌리는 대결을 벌였기 때문이다.

밀레이 당선인도 자신의 엑스(X·전 트위터)에 AI로 마사 후보자를 ‘사회주의자’로 묘사한 포스터를 게시하고 “마사의 방법. 재정적자를 발생시키고 돈을 찍어낸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 사업가를 비난한다.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고 마사 후보의 경제 정책을 비난했다. 아르헨티나는 공공부문 적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이자 중앙은행의 ‘돈 찍기’를 통해 대응했고, 이는 곧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는데, 밀레이는 비난에 가까운 이 한 장의 포스터로 그동안 아르헨티나 정부에 쌓인 청년층의 불만을 정확히 건드렸다.

밀레이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공개한 마사 후보 비판 포스터. (사진=엑스)
다만 이러한 ‘AI 선거’의 어두운 부분도 있다. 밀레이와 마사 후보는 모두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가짜 영상이 유포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마사는 코카인을 흡입하는 것으로 보이는 딥페이크 영상이 확산됐고, 말레이는 ‘장기매매 시장이 활성화되면 아이를 낳는 것이 투자’라는 취지의 말을 하는 영상이 만들어졌다. 둘 다 AI로 생성된 가짜 영상이지만, 유권자들은 이러한 영상을 접하고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하게 가질 위험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대선 당시 ‘AI 윤석열’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생성AI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에서는 AI를 이용한 콘텐츠를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표기를 의무화하는 법안, AI 기술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받도록 하는 법안, 선거운동 시 허위 사실이 포함된 딥페이스 영상 제작과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다만 이 안들은 국회 계류 중으로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코인 논란` 김남국, 민주당 우회 복당하나 - 이기인, 개혁신당 대표 출마선언…“자유정당 모습 보이겠다” - 與, 원내대표 레이스 본격화…이철규 대세론 속 중진들 눈치만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