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러`가 아닌 `배우러`봉사 떠난 의대생들

정동욱 기자I 2010.08.06 18:24:48

‘제4회 메디슨·청년의사 자원봉사 체험캠프’ 열려
의료계판 ‘체험 삶의 현장’…재능·소득의 1% 기부서약

[이데일리TV 기획제작팀] 지난 달 25일, 외지인의 발길이 뜸한 충북 청원군의 한센인 농원. 뜨거운 뙤약볕 아래 한 무리의 학생들이 비지땀을 쏟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폭우로 토사가 유실된 마을쉼터를 재건하기 위해 한창 삽질이고, 또 한쪽에서는 홀몸노인의 어수선한 집안 청소를 위해 걸레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회의 편견 속에 외딴 곳에 이주해 농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한센인들. 이들을 찾아 소매를 걷어붙이고 마을 잡일에 나선 이들은 예비 의사들인 의대생들이 봉사에 나선 현장이다.

최근 전국에서 선발된 50여명의 의대생들이 충북의 한센인 요양시설과 정착 농원에서 자원봉사 체험에 나서 화제다. 의료기기업체 메디슨과 의학전문지 청년의사가 마련한 ‘메디슨·청년의사 자원봉사 체험캠프(이하 메청캠)’에 참가한 의대생들이다. 자원봉사를 하기보다 ‘체험’하고, 봉사의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 이 캠프만의 특징. 캠프 단장인 박재영 청년의사 편집주간(의사)은 “자원봉사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캠프”라며 “의사가 된 뒤에도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펴나가도록 하는 것이 메청캠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메청캠은 올해로 벌써 4년째를 맞았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의 후원 아래 그 동안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 30여개 의대 소속 의대생 150여명이 이 캠프를 거쳤다. 올해도 약30개 의대에서 50명의 의대생이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참여했다. 10명의 의사 선배들도 의료봉사를 위해 동참했다. 지난 달 23일부터 27일까지 총 30여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충북 청원군의 한센인 요양시설과 정착 농원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체험했고, 저녁에는 자원봉사 관련 교육을 받았다.
 
평생 입양아들을 돌봐 온 조병국 전 홀트 부속의원 원장을 비롯해 김성주 김안과병원 원장, 샬롬의집 이정호 신부, 안정은 정신건강공동체 대표, 보건복지가족부 권준욱 팀장 등이 캠프 특강을 맡았다.
 
오는 9월 영국의 한 의대에 입학 예정인 황세원 학생은 “사실 참가자격은 안 되지만, 지난해 캠프에 참가한 오빠를 쫓아와 의대생이 되면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며 “국내 의대생들과 교류하고, 봉사활동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캠프 마지막 날, 자신의 평생 소득이나 재능의 1%를 우리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우리사회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나눔 바이러스의 역할을 의대생들이 자처한 것이다. 의대생인 남동생과 함께 캠프에 참가한 고효정(건양의대 예과 2년) 학생은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을 되새겨보고, 봉사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메디슨헬스케어의 이중호 사장은 “이번 캠프가 나날이 멀어지고 있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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