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5천만' 김환기 '15억5천만' 이중섭…무섭게 다 팔렸다

오현주 기자I 2021.06.23 12:39:34

23일 서울옥션 '제161회 경매'…13년만 최고거래
'호황기 신호' 김환기 점화 '27-XI-71#211' 낙찰
이우환 '점으로부터' 페어 22억원…작가최고가 써
샤갈 23억원, 쿠사마 29억원 등 상승세 이어나가
낙찰총액 243억원…"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김환기의 ‘27-XI-71 #211’(1971·왼쪽)과 이중섭의 ‘가족’(1954). 22일 서울옥션이 연 ‘제161회 미술품 경매’에서 각각 30억 5000만원, 15억 5000만원을 부른 새 주인을 만났다(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경매사가 출품작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출품작은 그에게로 가 낙찰이 됐다!”

딱 이랬다. 출품작을 불러내는 족족 무섭게 팔려나갔다. 그냥 팔린 것도 아니다. 높아지는 호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응찰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22일 서울옥션 ‘제161회 미술품 경매’가 열린 현장에서 말이다. 복잡한 설명 없이도 요즘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미술시장의 활황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결국 예상치까지 훌쩍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출품작 204점 중 177점을 팔아 낙찰률 87%를 썼다. 낙찰총액은 무려 약 243억원. 이는 낮은 추정가로 계산한 예상치 230억원을 웃돌았을 뿐만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매 중 최대치”란 기록도 세우게 됐다.

미술시장 호황기의 지표는 낙찰작의 면면에서 드러났다. 김환기의 전면점화 ‘27-XI-71 #211’(1971)가 30억 5000만원에 팔렸다. 한동안 김환기의 전면점화는 거래 자체가 없었다. 원체 고가인 터라 불황기에 완전히 묶였던 거다. 이날 오랜만의 낙찰은 ‘큰손’의 지갑이 드디어 열렸다는 뜻도 된다.

일명 ‘무지개색’으로 불리는 이 전면점화는 색뿐만 아니라 리드미컬한 점의 향연이 독특한 작품. 김환기의 전면점화가 주로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등 한 가지 색감으로 화면을 채웠던 데 비춰 드문 경우로 꼽혔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From Point·1975). 나란히 2점을 붙인 페어로 구성돼 있는 작품은 22일 서울옥션이 연 ‘제161회 미술품 경매’에서 22억원에 팔렸다(사진=서울옥션).
이중섭이 타계 두 해 전에 그린 ‘가족’(1954)도 15억 5000만원을 응찰한 새 주인을 만났다. 말년의 작가가 극까지 치솟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흠씬 적셔낸 작품이다. 보통 가족을 엉켜놨던 다른 그림들에 비해 아내와 아들 둘, 작가 자신이 각각 독립적으로 배치된 점이 도드라진다.

이우환은 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다시 세웠다. 국내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싼 작품’ 기록을 보유한 이우환이 1975년 제작한 ‘점으로부터’(From Point·1975)가 이날 22억원에 팔렸다. 나선형으로 찍힌 점이 둥글게 돌며 유기적인 흐름을 보이는 작품은 나란히 2점을 붙인 페어로 구성돼 있다. 지금껏 이우환의 최고가 작품은 2019년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20억 7000만원에 낙찰된 ‘동풍’(East Winds·1984)이 가지고 있었다.

마르크 샤갈의 ‘파리 위의 커플’(Le couple au-dessus de Paris·1980s). 22일 서울옥션이 연 ‘제161회 미술품 경매’에서 23억원에 낙찰되며 지난달 케이옥션에서 42억원에 낙찰된 ‘생 폴 드 방스의 정원’(1973)의 기세를 이어가게 됐다(사진=서울옥션).
해외작품 중에서 관심을 끌었던 마르크 샤갈의 ‘파리 위의 커플’(Le couple au-dessus de Paris·1980s)은 23억원을 부른 응찰자의 품에 안겼다. 이로써 샤갈은 지난달 케이옥션에서 42억원에 낙찰된 ‘생 폴 드 방스의 정원’(1973)의 기세를 이어가게 됐다. 야요이 쿠사마의 ‘실버 네트’(Silver Nets BTRUX·2014)도 치열한 경합 끝에 29억원에 낙찰됐다.고미술품 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겸재 정선의 실경 작품 ‘동작진’은 4억 4000만원을 부른 새 주인을 만났다. 지금의 동작대교가 있는 조선시대 한강변 나루터를 그려 사료적 가치도 뛰어난 작품의 경매 추정가는 1억 5000만∼3억원이었다. ‘동작진’은 겸재가 실경을 그린 낱폭 작품 중 최고가 기록도 썼다. 이전까지 낱폭 실경 작품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지난해 12월 서울옥션 ‘제158회 미술품 경매’에서 낙찰된 ‘백악부아암’이 가지고 있었다.

겸재 정선의 ‘동작진’. 22일 서울옥션이 연 ‘제161회 미술품 경매’에서 4억 4000만원에 낙찰되며 겸재가 그린 낱폭 작품 중 최고가 기록도 썼다(사진=서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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