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사망사고' 임슬옹, 유·무죄 가를 '쟁점 셋'

윤기백 기자I 2020.08.11 11:06:31

임슬옹 교통사망사고 과실 두고 갑론을박
판례는 운전자 형사책임 부정 '무죄' 판결
전문가 "합의·전과 변수… 실형은 면할 것"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과속이냐, 무단횡단이냐.’

그룹 2AM 출신 가수 임슬옹이 빗길에 운전을 하다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가 사망하는 사고를 냈다. 임슬옹은 지난 1일 오후 11시 50분께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도로에서 자신의 SUV 차량을 운전하던 중 빨간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남성 A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A씨는 근처 병원으로 즉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임슬옹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경찰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사고 당시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 과실 비율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유·무죄를 가를 주요 쟁점을 전문가 의견과 판례를 통해 살펴봤다.

임슬옹(사진=이데일리DB)
쟁점1. 과속 여부 및 전방주시 의무

사고현장 인근 CCTV를 한 매체가 공개하면서 임슬옹이 당시 과속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공개된 CCTV 영상을 한 프레임씩 나눠 시속을 측정해 사고 당시 임슬옹의 차량이 시속 76km로 주행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임슬옹이 사고 당시 70km 이상 달렸다면 과속에 해당된다. 해당 지역은 제한속도가 시속 50km이다. 빗길임을 감안하면 20% 감속해야 하므로 시속 40km 이하로 달렸어야 했다.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수사해야 임슬옹의 책임과 처벌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일부 네티즌은 임슬옹의 과속 여부와 전방주시 의무 태만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속’ 여부보다 운전자(차)가 보행자를 발견한 ‘거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무단횡단 보행자가 차와 부딪히기 몇 미터 전에 도로로 나왔는지가 과실을 입증하는데 관건이 될 것”이라며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한 뒤 차가 멈출 수 있는 정지거리(일반도로 승용차 기준 시속 40km 시 정지거리 22m)보다 짧은 거리에서 나왔다면 설령 과속했다 하더라도 운전자는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충분한 정지거리가 있었는데도 전방주시를 못해 보행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는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충분히 거리가 있었는데 앞을 못 보거나 브레이크를 늦게 밟아서, 혹은 제한속도를 지켰다면 사망할 정도가 아닌데 너무 빠르게 달린 탓에 충격이 커 사망했을 경우는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다”며 “형사합의 여부에 따라 처벌 강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임슬옹과 비슷한 사고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오후 8시35분께 경기 화성시의 한 편도 3차선 도로를 운전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던 피해자 B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로 치었다. 머리를 크게 다친 B씨는 결국 숨졌고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가 전방주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서 유죄를 인정해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사고가 일어난 시간이 야간이고 B씨가 검정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어 A씨가 무단횡단하는 B씨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차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사고 직전에야 비로소 B씨 모습이 확인되고, 사고 당시 A씨는 어떤 내용의 교통법규도 위반하지 않았다”면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쟁점2. 무단횡단 보행자의 과실은?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망사고의 경우 통상적으로 운전자의 형사책임이 부정된다. 이는 판례에도 잘 나와 있다.

지난 5월 제주지법은 지난해 9월 5일 오전 5시 20분께 제주시 한 도로에서 반대 방향으로 마라톤 연습을 하며 달려오던 50대 여성을 차로 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운전자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에 대한 교통사고에서 운전자의 형사책임을 일반적으로 부정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이 사건은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보다 더 피하기 어려운 자동차 정면에서 역주행해 오는 마라톤 연습하는 사람에 대한 교통사고인 점을 고려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수원지법은 지난해 4월 26일 비가 오던 오후 8시께 왕복 6차선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시도한 8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D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중앙분리시설인 화단 때문에 무단횡단한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고 당시 비가 내렸고 피해자가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던 점, 교통사고 분석 감정 결과 ‘사고회피 불가 추정’ 회신이 온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문철 변호사는 “무단횡단 교통사고의 경우 보행자가 빨간 불에 길을 건넜다면 과실이 60% 이상이고, 비 오는 날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었다면 과실이 70% 이상이 된다”며 “차와 보행자가 너무 가까웠다면 (운전자에게) 검찰에서 무혐의, 법원에서 무죄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난간에 ‘과속·무단횡단 교통사망사고 발생 지점’이라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사진=이데일리DB)
쟁점3. 형사합의 및 전과 유무 ‘변수’

운전자의 형사합의 유무, 반성 정도 등도 과실을 따지는 데 영향을 준다. 정연덕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과실 비율인정은 전과 유무, 합의 유무, 반성 정도 등 다양한 요소 고려해 판단한다”며 “법원에 양형 지침이 있지만 판사의 재량여지가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월 대전지법은 지난해 8월 24일 무단횡단을 한 70대 보행자를 보지 못하고 차로 치어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공무원에게 교통사고 처벌 전력을 들어 금고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충격할 당시까지도 피해자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진술해 전방주시 의무를 위반한 과실의 정도가 무겁다”며 “전에도 교통사고로 처벌받은 전력이 수회 있음에도 또다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임슬옹이 사고 직후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구호조치를 한 점, 소속사를 통해 공식 사과한 점과 함께 유족과의 형사합의까지 원만히 이뤄진다면 실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운전자가 연예인인 경우 어떻게든 형사합의를 하려고 할 것”이라며 “형사합의가 안 될 경우 공탁을 통해서라도 선처를 구하면 실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집행유예, 벌금형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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