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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에 미수금 부담 떠넘긴 현대건설기계, 과징금 5500만원

김상윤 기자I 2021.06.23 12:01:24

구매자 파산시 미수금 대리점이 책임지는 계약 체결
거래상 우월적 지위 활용한 ‘갑질 계약’
현대건설기계 “자진시정 완료, 향후 소송도 검토”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대리점에 부당하게 기계 판매 미수금액을 떠넘긴 현대건설기계와 한국조선해양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한국조선해양 및 현대건설기계가 건설장비 구매자의 미납금을 판매수수료 등에서 상계(공제)하는 방식으로 판매위탁 대리점에 부담을 떠넘긴 혐의에 대해 과징금 5500만 원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건설기계를 판매하는 현대건설기계(당시 현대중공업)는 2009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판매위탁 대리점을 통해 건설장비를 판매했다. 그러다 구매자로부터 받아야할 건설장비 대금을 구매자 귀책사유로 받지 못하자 대리점에 비용을 부담하게 했다. 대리점에 지급할 판매수수료에서 미수금을 공제한 셈이다.

이는 현대건설기계가 만든 ‘갑질’ 계약서 탓이다. 현대건설기계는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할 때 구매자의 부도, 파산 등으로 미수금 발생 시 대리점에게 구매자의 채무를 청구할 수 있고, 이를 공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 2016년 5월 관련 계약조항을 삭제하고, 구매자 귀책사유로 발생한 미수금을 제외하고 판매수수료(매매대금의 2%)를 주는 행위를 중단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계약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진 한국건설기계가 만든 ‘갑질’이라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대리점은 현대건설기계 제품만 취급하는 전속대리점이고, 다른 대체선을 확보하기 어려워 이같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매자 귀책사유로 발생한 미납금을 대리점에 지급할 수수료와 상계하는 것은 수수료(매매대금의 2%)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으로, 민사재판에서도 위법으로 판단했다”면서 “이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을에게 불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한국조선해양에게는 시정명령(향후 행위 금지명령), 현대건설기계에는 과징금 5500만원을 부과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4월 인적분할 해 현대건설기계를 신설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 물적분할 한뒤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와 현대중공업(신설회사)로 나뉘었다. 시정명령은 존속회사에게만 부과할 수 있고, 과징금은 기존 법위반 행위를 했던 사업부문을 영위하는 법인에 부과된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대리점과의 상생을 위해 이미 관련사항에 대해 자진 시정을 완료했다”면서 “일부 이견이 있는 부분이 있어 향후 의결서를 검토해 대응(소송)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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