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반도체경기·코로나·고승범…8월 금통위 3대 키워드

최정희 기자I 2021.08.16 20:25:12

①수출 효자 '반도체' 흔들린다..4% 성장률 달성 가능할까
②거리두기 강화에도 코로나는 확산..그나마 소비는 안 죽어
③금리 인상 전제 조건 경기회복?..'금리 인상' 논리 재정립해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데다 수출 호조를 이끌었던 반도체 업황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한 고승범 금통위원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이달 회의에서 빠지게 된 점 역시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경제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논리를 어떻게 펼쳐 나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제 회복세가 기대 이하인 상황에서 ‘빚투(빚을 내 투자)로 쌓은 자산가격 거품’에 좀 더 초점을 맞춘 통화정책이 필요한 지를 두고 금통위원 간 격론이 예상된다.

①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4% 성장률 의구심

모건스탠리, 크레디리요네(CLSA) 등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디램(DRAM) 가격 하락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들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시가총액 1, 2위의 투자의견을 ‘비중축소(Underweight)’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대폭 낮췄다. 이에 외국인은 지난 주(9~13일) 코스피시장에서만 7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 7조6000억원을 내다 팔았다.

(출처: 마켓포인트)


당초 반도체는 하반기로 갈수록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우리나라 수출 호조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꼽혔다. 7월 반도체 수출액은 110억달러로 1년전보다 무려 39.6% 급증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액으로 따져도 넉 달 연속 100억달러대다.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44.6% 증가해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IB 등에선 디램 재고 증가로 공급 과잉 상태가 나타나고 PC용 수요 부진이 가격을 하락시키고 결국엔 서버용 디램까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재고 축적을 미루면서 수출 수요 또한 약해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4분기 PC용 디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최대 5% 하락이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는 디램 평균가격이 올 4분기부터 6개월간 15%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미국,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과 함께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변수가 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올해 성장률을 8.7%에서 8.2%로 하향 조정했고 JP모건은 미국 성장률을 6.5%에서 6.3%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 4% 성장률 달성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② 코로나 확산하는데 카드 승인액 되레 증가

한은이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7월부터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대를 기록,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 유행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자는 취지가 강했다.

그러나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강화, 40% 초반의 백신 접종률(1차)에도 코로나19 확산세는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1000명대에서도 금리를 못 올렸는데 2000명 안팎 속에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출처: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19 확산, 거리두기 강화 및 연장에도 소비 위축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신한카드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신용카드 승인액은 14조517억원으로 1년전보다 7.0% 증가했을 뿐 아니라 전월과 비교해도 2.3% 증가했다. 또 이는 올 들어 월별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최근 4년간 7월 사용액 중 가장 컸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경제주체의 감염병에 대한 학습효과가 높아졌고 이들이 또 다른 형태로 소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힌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황 둔화, 코로나 확산에도 내수가 버텨준다면 실물 경제 악화 우려는 덜 할 수 있다.

③ ‘고승범’과 타 금통위원의 차이..“금리 인상 논리가 다르다”

이달 회의에선 7월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고승범 금통위원이 금융위원장에 내정 되면서 고 위원 없이 6명만으로 금리를 결정할 전망이다. 6명 중 총재를 포함한 5명이 금리 인상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향후 금리 인상 경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출처: 금융위원회)


하지만 금리 인상의 논리는 다르다. 고 위원은 실물 경제만 보면 금리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하지 않으나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이 실물경제 회복보다는 금융 안정에 더 무게를 둬야 할 때라며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금융권 가계대출은 78조8000억원 증가, 전년동기(45조9000억원)대비 71.6%(32조9000억원)나 증가폭이 확대됐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5월까지 무려 10% 가까이 급등했다. `빚투→부동산 가격 급등→빚투 급증`은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좋지 않더라도 금리를 인상할 근거를 마련해 준다.

그러나 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다른 위원들은 `견실한 회복세`까지를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은 연 4% 성장을 포함한 경기 회복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는 한은이 이달 또는 이후에 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기 회복과 자산거품보다는 환율 상승(원화 약세)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 등을 고려해 한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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