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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이동걸 전 산은 회장, 근거없이 임원직 신설…방만 경영"

권오석 기자I 2022.09.22 14:09:46

22일 한은 및 산은·기은 조직·예산 운영실태 보고서 공개
산은, 기재부와 협의없이 '선임부행장' 직위 신설
이동걸 비위행위 인사자료로 활용토록 금융위에 통보
한은은 과도한 복리후생, 기은은 일괄하도급 문제 지적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감사원은 22일 한국은행·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관련 법령 등을 위배해 새 직위를 만들거나 상위직급을 과다 운영하는 등 방만하게 조직을 운영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감사원은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이 재임 시절 법률상 근거 없는 임원 직위를 신설했다며,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이를 비위행위 인사 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사진=감사원)
감독기관 승인없이 집행부행장급 ‘본부장’ 직위 운영

감사원은 22일 `한국은행 및 산업은행·기업은행 조직·예산 운영실태` 보고서를 내고 “방만 경영 사례에 대해 책임을 묻는 한편,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에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먼저 산업은행은 법률상 근거 없이 임원 직위를 신설했다. `한국산업은행법`상 임원은 회장·감사·전무이사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전임 이동걸 회장은 `공공기관혁신지침` 등을 위반하고 기재부와 협의 없이 전무이사급 임원인 ‘선임부행장’ 직위를 신설, 전무이사 수준의 권한·처우를 제공했다. 2년 계약직인 준법감시인의 경우 공모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난해 1월 부문장으로 신규 채용했다.

기재부 등 감독기관은 2014년 ‘임원급 처우를 제공받는 직원’을 두지 않도록 지도했고 수출입·기업은행은 이를 시정했음에도, 산은은 여전히 ‘집행부행장(부문장)’ 제도를 유지해 임원처럼 운영해 왔다. 또 산은은 집행부행장 증원이 어렵자, 감독기관의 승인 없이 집행부행장급 권한·처우를 갖는 ‘본부장’ 직위를 운영했다. 부장·팀장과 달리 별도의 전결권은 없으면서 직책급(연 500만원)만 수령하는 ‘단장’ 직위도 집행부행장 전결만으로 설치해 지속 확대했다.

이에 감사원은 산업은행장에게 관련자에 대한 문책 등을 요구하는 한편, 본부장 등 직위는 감독기관의 승인을 거쳐 운영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금융위원장에게 산업은행의 조직 및 인사·채용질서를 어지럽힌 이 전 회장의 비위 행위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한은, 복리후생 축소 요구받고도 노조 반대로 유지

한국은행의 경우엔, 반복된 지적에도 과다한 복리후생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기재부 장관에게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그간 2009·2014·2018년 3차례에 걸쳐 육아휴직급여 등 방만한 복리후생제도와 과도한 유급휴가제도를 폐지하도록 지적했다.

기재부는 한국은행의 예산을 승인하면서 감사원이 지적한 용도로는 사용을 금지하고, 국회·감사원의 지적사항은 개선하도록 요구했지만 한국은행은 노조 반대를 이유로 기존 제도를 유지했다. 이에 2018~2020년 복리후생비·유급휴가(보상비)로 각각 90억·51억원을 지출했다.

또 전산·교통발달 등에 따라 지역본부(광역단체 소재)와 지점(기초)을 통합해 효율성을 개선하라는 감사원 지적(2006·2011년)을 이행하기로 해놓고도 정작 지자체가 반대한다며 그대로 존치해 지난해 16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감사원은 한국은행장에게 과도한 복리후생 및 유급휴가제도를 폐지하는 한편, 기존의 조직정비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주의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은행은 △일괄 하도급 묵인 △계약규정 위반 △관용차 사적 사용 등 도덕적 해이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은행은 2019년 12월 ‘행내방송제작시스템 구축’(25.6억원) 계약과정에서 1·2순위 업체 모두 제안사 인식표시 금지를 위반했는데도 1순위 업체만 평가대상에서 제외한 채 2순위 업체를 일괄 하도급업체로 선정했다. 일괄 하도급이란 도급받은 공사의 전부 또는 부대공사를 제외한 주된 공사의 전부를 하도급하는 경우를 뜻한다.

또 노사협의에 따라 전 임직원에게 무선이어폰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조달청이 모델을 지정한 입찰은 불가하다고 하자, 각 지점 등에 예산을 배정한 후 법인카드로 해당 이어폰을 개별 구매·지급하도록 하는 편법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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