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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글로벌 증시 자금조달액 254조원 그쳐…19년만에 최저

방성훈 기자I 2022.06.29 11:56:42

이달 9일까지 1964억달러…전년동기比 70% 급감
"닷컴버블 직후인 2003년 이후 가장 적어"
주요 증시 폭락에 위험기피 성향 강해진 영향
중국 조달액, 미국의 두배…1990년 이후 첫 추월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을 통한 전 세계 기업들의 자금조달액이 1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진=AFP)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9일 금융정보회사 리피니티브를 인용, 전 세계 주식시장의 자금조달액이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1964억달러(약 254조원)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70% 급감한 것으로, 닷컴버블 붕괴 직후인 2003년(1324억달러) 이후 19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탓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화하면서 올 상반기 미국과 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들이 20% 가량 폭락했다.

이는 신흥국 등 다른 국가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현금을 쥐고 있겠다는 심리가 강해졌고 기업들에 돈을 빌려주겠다고 선뜻 나서는 투자자들도 대폭 줄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이 약 300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6분의 1 이하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열풍이 불었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미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스팩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액은 전년 동기대비 90% 급감했다.

중국 주식시장의 자금조달액은 약 700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60%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유럽(-80%), 일본(-70%)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고, 조달액도 미국의 2배가 넘는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자금조달액이 미국을 앞선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중국 상장사들을 퇴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례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미국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중국해양석유(CNOOC)는 올해 4월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322억위안(약 6조 2000억원)을 조달했다.

닛케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금융 긴축으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기피 성향이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환경도 크게 악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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