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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공천 녹취록 ‘일파만파’…與지도부 “사실 아냐”

김기덕 기자I 2023.05.02 10:54:43

이진복 수석과 공천 언급한 당무개입 녹취록 파문
이진복 “태 의원과 관련 대화 전혀 나눈 적 없어”
“의원직 사퇴” 당내 반발도…김기현 “부풀린 것”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나눈 공천 대화 녹취록 논란이 확산하자 당 지도부는 사실 관계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논란의 당사자인 이 수석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 관련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며 선을 그었지만, 당내에서는 태 의원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등 혼란은 갈수록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 수석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태 의원과 공천 문제 관련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며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대통령실)서 하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또 태 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선 “제주 4·3사건을 얘기할 때 먼저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얘기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니까 태 최고위원이 ‘자기가 얘기를 했는데 언론이 안 받아줘서 보도가 안됐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 최고위원이 어제 두 차례 전화를 걸어와 ‘(보좌진에게) 설명하다 보니 조금 과장되게 얘기를 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과의 대화 관련 언론보도 등 현안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MBC는 전날 태 최고위원이 지난 3월 9일 의원회관에서 보좌진을 대상으로 ‘이 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공천권 문제를 두고 당무개입에 나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태 의원의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수석은 당무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면서, “(만약) 태 의원이 전혀 없는 일을 꾸며내 거짓말한 것이라면,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전날 본인 SNS에 “도저히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뉴스”라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해당 녹취록 발언을 부정하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기현 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1년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태 의원의 녹취록 파문을 묻는 질문에 대해 “본인이(태 의원)이 분명히 부풀렸다고 하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말(공천 문제)을 한 적이 없는데 했다고 질문을 하냐”며 다소 신경질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윤재옥 원내대표는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입장을 존중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당무개입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데 사실을 가정하고 답변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여의도연구원 주최 토론회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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