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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힘싣는 LG, 자동차부품 검증 AI 플랫폼 구축

김응열 기자I 2022.11.09 11:00:00

美 알테어와 공동개발…자동차부품 데이터 표준화 및 분석
전장사업 디지털 전환 추진…구광모 점찍은 미래사업 무게

LG전자 연구원들이 시뮬레이션 전문 기업 ‘알테어(Altair)’와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AI) 검증 플랫폼을 자동차 부품 개발과정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LG전자(066570)가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을 자동차 부품 개발과정에 도입해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고 전장사업 성장을 가속화한다.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점찍은 전장 사업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전문 기업 ‘알테어(Altair)’와 함께 자동차 부품 성능을 데이터 기반으로 검증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9일 밝혔다.

알테어는 1985년 미국에서 설립된 기업이다. 시뮬레이션, 고성능컴퓨팅, AI 등기술을 기반으로 맞춤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LG전자와 알테어가 함께 개발한 이 플랫폼은 시계열 데이터 변환 알고리즘을 적용해 자동차 부품 개발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기계학습(머신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한다. 또 분석 결과를 한 눈에 보기 쉽도록 시각화해 제공한다.

LG전자는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고객사 요구사항 분석과 같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단계별 성능을 예측해 더 우수한 자동차 부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능 검증을 자동화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개발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양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고객사에서 신규 콘셉트의 부품을 요청할 경우 경험에 의존해 기존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발을 시작했다면, 앞으로는 개발 착수 전 AI 플랫폼을 활용해 가상으로 여러 개의 제품을 미리 성능까지 예측해 고객사에 역으로 제안할 수 있다. LG전자는 검증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예측 정확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결과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LG전자는 AI 플랫폼을 기획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정에 적용해 전반적인 제품 성능과 품질도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샘 마할링엄 알테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제조업 연구개발(R&D)에 필수로 활용되는 공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매우 방대하며, 이를 통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표준화된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엔지니어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AI 기술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 전무는 “R&D 역량을 강화하고 제한된 리소스 관리를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번 AI 검증 플랫폼 개발은 무엇보다 신뢰성이 중요한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큰 의미를 갖는 디지털 전환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천정희 크립토랩 대표,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 최택진 LG유플러스 기업부문장이 양자내성암호(PQC) 기술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달에도 암호기술 전문기업 크립토랩,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커넥티드카 사이버보안 기술 R&D 고도화를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자동차 전장화가 가속화되면서 사이버보안 분야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보안 신뢰성이 높은 전장부품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LG전자가 이처럼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건 유력한 미래 먹거리 분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토대로 휴대폰과 태양광 사업을 정리하고 대신 배터리와 전장, AI 등 신사업 강화에 주력했다.

LG전자가 지난 2015년부터 7년간 전장에 투자한 금액은 4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LG전자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면서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마그나 등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와 자동차인포테인먼트, 파워트레인, 자동차 통신·조명용 부품을 아우르는 종합 전장 회사의 진용을 갖추고 있다.

투자 초기부터 LG전자의 전장사업이 빛을 본 건 아니다. VS사업본부 실적이 사업보고서에 별도로 반영된 2015년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줄곧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까지도 적자를 내던 전장사업은 지난 2분기 들어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를 봤다. 올해 3분기에는 961억원의 영업이익을 써내며 이익이 더 커졌다. 매출액도 2조3454억원으로 2개 분기 연속 2조원대를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주 성과도 이어졌다. 당초 VS본부가 예상한 연말기준 수주잔고는 65억원이었다. 그러나 3분기와 4분기 신규 수주가 늘어나고 환율 상승 효과가 겹쳐 80조원의 수주를 쌓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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