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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2주기 추도식…가족들과 전·현직 사장단 참석

김응열 기자I 2022.10.25 11:19:07

경기도 수원 선영서 진행…경영진 총 300명 순차적 방문
‘세계의 삼성’ 만든 이건희…외형·내실 모두 글로벌기업으로
‘삼성 신경영’ 선언… 인재·기술 강조, 양에서 질적 경영 전환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25일 가족들과 삼성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추모식은 이날 오전 11시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진행됐다. 추모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 이 회장의 가족들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가족들이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가족 선영에서 진행된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전·현직 사장단과 부사장 등 경영진 총 300여명이 순차적으로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이 부회장과 현직 사장단 60여명은 추모식을 마친 후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 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이 회장 2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삼성 임직원들도 이 회장 2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리는 5분43초 분량의 추모영상을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서 시청했다. 방송은 △미래를 내다본 선구자적인 혜안과 통찰 △변화와 혁신을 선도한 과감한 도전 △임직원을 중시한 ‘인재제일’ 철학 △국가와 인류 사회에의 공헌 등 이 회장의 업적과 철학을 소개했다.

신경영 강연과 연설문 등 이 회장의 육성도 방송에 담겼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진행된 삼성그룹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는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가장 위대한 실천가임을 행동으로 보여주자”고 강조했고, 같은 해 신경영 특강에서는 “앞으로 언제까지 변할 거냐? 영원히 변해간다, 내가 죽어도 이렇게 변해가야 한다”며 끝없는 발전과 변화를 주문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4 아테네올림픽을 앞둔 2004년 7월 8일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여자레슬링에 출전하는 이나래 선수 등 레슬링 대표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은 이와 함께 이 회장을 회상하는 원로 경영인들과 외부 인사들의 목소리도 전했다.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일을 하고 있다”며 “침묵으로써 이뤄지고 있는 삼성의 힘이 있다”고 이 회장을 돌아봤다.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세계의 문화 보존과 발전을 도와주신 게 사실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고 했고, 후쿠다 다미오 전 삼성전자 고문은 “이 회장과의 대화는 온통 미래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회상했다.

임직원들은 이 회장을 기리며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은 그룹 내 인트라넷에서 온라인 추모관을 열어 이 회장을 기리는 추모글을 올리기도 했다. 추모글에서 삼성은 “당신의 도전으로 용기를 얻었다”며 “회장님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1987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은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이 취임한 당시 10조원이었던 매출액은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고, 영업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359배 뛰었다. 주식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성장했다.

외형적인 성장 외에도 이 회장은 삼성에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경영체질을 강화하며 삼성이 내실 면에서도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도록 노력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1993년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경영 전 부문에 걸쳐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신경영 철학의 핵심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 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혁신의 출발점을 ‘인간’으로 보고 ‘나부터 변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회장은 △인간미 △도덕성 △예의범절 △에티켓을 삼성의 전 임직원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고 강조했다. 또 ‘인간중시’와 ‘기술중시’를 토대로, 양을 중시하던 기존의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 경영의 실천으로 경영 방향을 선회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인재를 중요하게 봤다. 이를 위해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지시했고 삼성은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했다. 또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역전문가, 글로벌 MBA 제도를 도입했다.

사업에서는 반도체분야가 한국과 세계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 판단하고 1974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반도체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1984년 64K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달성해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이 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사회 환원에도 힘썼다.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고, 감염병 극복 지원,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하는 등 3대 기증사업을 추진했다. 이 회장의 기증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매표소 앞에 관람객들이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입장권을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사회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 회장을 기업인을 넘어 인간 심연을 들여다본 철학자이자 사상가, 예술가로 기억했다.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은 “고인은 기업인이라기보다 철학자였다”며 “’나라가 잘돼야 기업이 잘된다, 기업은 국가 발전에 보탬이 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었고 그 중심에 인재 양성이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이 회장은 글로벌화, 디지털화, 지식기반경제화라는 21세기 패러다임 변화를 예견하고 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21세기 글로벌 초일류기업’의 원대한 비전을 제시한 비전가”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이 회장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회장이 별세한 2020년 10월 로이터통신 이 회장의 소식을 전하며 “삼성을 혁신기업으로 만든 선구자”라고 했다. NHK는 “한국을 대표하는 카리스마적인 경영자”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삼성그룹 중흥의 시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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