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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국내 유망기업 'IPO 청부사'로 나선 글로벌 머니

김성훈 기자I 2021.05.27 11:00:05

글로벌머니 국내 유망기업 집중 투자 눈길
야놀자·스벅코리아·카카오계열사 '러브콜'
차기주자에 거금 베팅…해외 IPO 백기사로
'증시 입성때 무조건 수익난다' 계산 한몫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스타트업을 꾸린 이들이라면 단계별로 갖는 공통적인 고민이 몇 개 있다. 업종별로 차이야 조금씩 있겠지만 고민의 기저에는 원활한 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이 자리하고 있다.

창업 초반인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자금이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거나 “지금 상황에서 (흡족한) 투자가 들어온다면 확실히 점프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업종을 막론하고 신진 기업가들 대다수가 하는 고민이 자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우여곡절 끝에 실적이 뛰고 언론에 노출되는 횟수가 잦아지는 시점이 되면 또 다른 고민이 찾아온다. 내가(우리)가 하는 사업을 자본시장에 노출해 오랜 기간 ‘뿌리 있는’ 혹은 ‘이름값 있는’ 기업으로 일구고 싶은 마음이 그것이다. 과거나 현재나 해당 업계에서 유의미한 업적을 일군 기업들 대다수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시장에 입성하며 이러한 고민을 해결한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IPO 인도해주마’…글로벌 자본 국내기업 러브콜

최근 들어 이러한 기업들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줄 ‘백기사’로 해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나 기관투자자 등 이른바 글로벌 자본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글로벌 자본의 국내 기업 투자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그 열기가 몰라보게 뜨거워졌다. 지난 3월 미 뉴욕 증시에 입성한 쿠팡이 사실상 방아쇠를 당겼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해 3월 11일 첫 주식 거래를 시작한 쿠팡은 이달 27일 종가 기준 41달러80센트에 장을 마치며 시가총액 724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쿠팡에 30억 달러를 투자하며 지분 37%를 보유한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룹 비전펀드의 지분 가치는 약 267억달러까지 치솟았다. 투자 대비 수익률로 따지면 9배 가까이 뛰었다. 쿠팡에 연이은 거금을 투자할 당시 나오던 ‘판단미스’라는 평가가 드라마틱한 결실을 맺은 셈이다.

비전펀드가 뉴욕행 차기 주자로 점찍은 기업은 국내 대표 숙박 종합 플랫폼인 야놀자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비전펀드로부터 최대 2조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투자유치 금액과 지분을 환산한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최대 10조원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야놀자가 비전펀드로부터 자금유치에 성공할 경우 미 증시(나스닥) 입성도 덩달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는 지난 2019년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미국계 여행 정보회사인 부킹홀딩스로부터 1억8000만달러(약 2030억원)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외국 자본의 힘으로 유니콘으로 도약한 데 이어 이제는 미국 증시 입성까지 노리게 된 것이다.

비전펀드는 쿠팡과 야놀자 외에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에 번역·자막·더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인 아이유노미디어에 1억6000만달러, 인공지능(AI)과 교육을 접목한 ‘산타토익’ 등의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 뤼이드에 1억7500만달러를 각각 투자하면서 차기 주자를 꾸준히 물색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기업 ‘자금 해결’ 글로벌 머니 ‘합리적 투자’

야놀자 유니콘 등극에 일조한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최근 스타벅스코리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다. 구체적으로 GIC가 약 8000억원을 투자해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30%를 취득한다는 게 골자다.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를 보유한 이마트와 스타벅스인터내셔널이 스타벅스 본사와 잔여 지분 50% 인수를 위한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 상당 부분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이번 지분 인수는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증시 상장을 염두한 투자에 참여한 셈이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사이렌 오더(모바일 앱 주문)와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한 상황에서 자본시장 입성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IT시장에서 무시 못할 인프라를 구축한 카카오(035720) 계열사에 꾸준히 몰리는 해외자금도 주목할 요소다. 카카오의 택시 서비스인 ‘카카오T’로 유명한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 2월 미국계 PEF인 칼라일로부터 2억 달러(2199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칼라일이 책정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3조42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미국계 PEF인 TPG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은 카카오 모빌리티는 누적 72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자본을 사업자금으로 확보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도 미 증시 입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자금이 국내 기업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해외는 수익률 확보에 훨씬 더 냉정하고 가혹하다. 거액을 투자하는 데는 그만한 수익이 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때 미국이나 유럽 기업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에 유망 기업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자금을 유치한 기업 입장에서도 글로벌 자본 유치로 대내외 이름을 알리면서 자금 걱정도 털어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국내외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와 상관없이 원금 보장을 추구하는 글로벌 자금의 특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국내 기업입장에서는 글로벌 투자를 호재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어 협상이 수월하게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의 경우 국내외 증시 분위기와 상관없이 예상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옵션을 넣는 경우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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