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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퇴출, 울고웃는 제약사)④식약청도 울었다

문정태 기자I 2009.04.17 19:23:13

석면 검출 의약품 퇴출 파동..업계·식약청 혼란속으로
`위험성 확인 안돼도 국민불안 이유 퇴출가능한가` 숙제
"복지부는 어딨나" 불만도

[이데일리 문정태기자] [이데일리 문정태기자] 의약품들이 대거 퇴출되고 있다. 최근 한달여만에 3000여개가 넘는다. 이유나 종류도 다양하다. 약효없는 인(人)태반 의약품, 생물학적동등성을 입증 못한 의약품, 비타민이 없는 비타민음료, 석면이 검출된 의약품 등등...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민건강권 확보`라는 대의를 걸고 대대적인 의약품 정비에 나선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약사들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주력제품이 퇴출된 제약사들은 마케팅전략 차질, 제품 회수 및 폐기 비용 등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반면 경쟁제품이 퇴출되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업체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총 4편에 걸쳐 사상 유례없는 의약품 퇴출을 겪고 있는 제약업계 사연속으로 들어가본다.[편집자]  


20~30개 제약사들이 식약청을 상대로 추진했던 소송을 결국 접었다. `석면이 검출 의약품이 별다른 위험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불안을 감안해 판매를 금지한다`고 결정한데 대한 소송이었다. "말이 안된다"며 협회를 중심으로 강력한 대응을 밝히던 제약사들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다. 
 
제약사들은 `식약청의 역공 때문에 소송번복이 불가피했다`며 볼멘소리다. 식약청이 석면검출 원료를 공급한 덕산약품 대표이사에 대해 `불량저질 원료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 원료를 공급받은 제약업체들도 `알고도 고의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을 말한다.
 
베이비파우더를 시작으로 1000개가 넘는 의약품 퇴출이 예고된 `석면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 사느냐 죽느냐..동국제약 등 `휴~` 

제약사들이 석면 퇴출 결정에 반발하는 것은, 이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과 함께 식약청이 제시한 `퇴출 사유`에 대해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식약청대로 퇴출결정을 완전 번복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제약사는 제품 퇴출에 따른 손실을, 식약청은 정책 신뢰도 훼손으로 모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7일 현재 석면 검출로 판매금지 또는 회수될 제품은 1090개다. 최종 퇴출결정이 나면 매출 손실과 회수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이번 석면사태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제품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54개 업체 307개 품목중 많은 제품이 구제받았다. 
 
특히, 많은 관심을 모았던 동국제약의 인사돌(연매출 300억원대)과 일양약품 하이트린(연매출 100억원대)도 판매금지에서 해제돼 해당 업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타격입은 식약청..설상가상 조직개편설까지  

식양청도 속이 탄다. 윤여표 청장은 최근 국회에서 사태를 미리 막지 못했다는 등 질타가 이어지자 "나무라지만 말고 도와달라"며 눈물을 보였다. 여기에 제약사들마저 `퇴출사유에 승복할 수 없다`며 반발하면서 샌드위치 신세다.

C제약사 관계자는 "별다른 위험성이 없지만, 국민정서를 감안해 판매금지한다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내린 것부터가 잘못의 시작이었다"며 "명단의 공개는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졸속적인 판매금지만큼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가정의학과 의사인 김 모씨는 "얼마 전 멜라민과자 사건 때처럼 검출기준을 만들고 이에 충족되지 못한 제품만 판매금지를 하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비슷한 일을 두고 일처리에 대한 일관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설상가상, 식약청 조직개편설까지 나오면서 식약청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정부가 최근 식약청의 114개과중 6개과를 줄이고 인력도 1425개에서 25명을 감축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번 석면사태는 의약품 위험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국민이 불안해 할 경우,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숙제를 남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 복지부는 어디에?

이 와중에도 유독 조용한 곳이 있다.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가족부다. 업계와 식약청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데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사 관계자는 "전재희 장관은 지난달말에 제약업계 행사에 참석해 `제약업계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기회가 될 때마다 듣고 있다`고 말했다"며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돕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말이 지켜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난해 9월 발생한 멜라민분유 파동 당시에는 전재희 장관이 직접 나서 늑장대처에 대해 사과를 한 일이 있다"며 "그런데,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게 이상하게 생각되기는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29 재보궐 선거가 가까워진 만큼 아무래도 정치인 출신인 장관이 가장 민감한 사안에 대해 엮이게 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한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실제로 석면 관련 식약청 발표가 있은지 하루 뒤인 지난 10일 전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섰다. 하지만, 질문에 나선 국회의원들은 전 장관에게 석면파동에 대해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동욱 복지부 대변인은 "식약청과 협의는 하고 있었으며, 복지부가 나서서 국민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했다"면서 "하지만 복지부는 제도개선이나 법령문제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기관이어서, 보다 전문성이 있는 식약청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지난해 발생한 멜라민 파동 때에는 새로 나온 물질로서 중국에서 문제가 된 후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한 광범위한 사안이기 때문에 장관이 직접 나서서 해명과 사과를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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