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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국가,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배상해야"…16명에 45억

성주원 기자I 2024.01.31 11:31:07

"자유·존엄 침해…정신적손해 배상책임 있어"
지난달 첫 국가배상책임 인정 판결 후 두번째
피해자들 "국가가 항소하진 말아달라" 호소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감금·강제노역·암매장 등이 벌어진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난달 법원이 형제복지원 사건의 또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데 이은 두번째 원고 승소 판결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서보민)는 이날 형제복지원 피해자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2건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국가가 원고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액은 45억3500만원이다. 합계 청구액 108억3000만원 중 약 42%가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 또는 묵인 하에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이라며 “현재까지 어떠한 피해 복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됨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국가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배상액은 원고별 수용기간 1년당 8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되, 개별 원고의 후유증 여부 등을 고려해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선고 후 “설령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항소할지라도, 대한민국이 항소하진 말아 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관계자 등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 손해배상 소송 선고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두환 정권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의 성공을 명분으로 부랑인·장애인 등을 마구잡이로 수용시설에 보냈는데 대표적인 곳이 형제복지원이었다. 형제복지원에 잡혀온 이들은 불법감금을 당한 채 각종 강제노역과 학대에 시달렸다.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8월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 사건을 발표하며 “국가에 의한 총체적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피해자들이 형제복지원에 끌려올 수 있었던 근거는 바로 1975년 실시된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라는 내무부 훈령 때문이었다. 피해자들은 “부랑인 강제수용과 가혹행위 등에 대한 묵인·방조로 신체의 자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1975년부터 86년까지 약 3만8000명에 달했다. 2기 진실화해위는 이 과정에서 657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판사 한정석)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과 개별 사정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1억원 범위에서 가산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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