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연준 FOMC '강성 매파' 득세 점치는 이유[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I 2021.08.20 12:33:27

내년 FOMC 의결권 위원들 분석해보니
①'가장 강경한 매' 불러드 총재 합류 주목
②파월 교체론 솔솔…금융 규제 더 조일듯
월가, 연준의 유연한 대처 기울어 있지만
에브리싱 랠리 제동 걸릴까…긴장도 높아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내가 비둘기라고?”

벌써 수년 전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A씨는 자신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라는 세간의 평가에 허허 웃으면서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통화정책의 변수는 다양한데요. 실제 성장 정도를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경제 기초체력을 뜻하는 잠재 GDP의 차이인 GDP갭을 기본으로 중장기 시계의 성장과 물가를 판단하고, 그외에 금융 안정 상황까지 본다는 겁니다.

A씨는 “나는 비둘기도 아니고 매도 아니다”며 “단지 중기적으로 GDP갭이 마이너스(-)일 것으로 추정되니 완화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가가 뛰기 시작하면 당연히 긴축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는데요. 상황에 따라 비둘기든 매든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통화정책 당국자에게 매 혹은 비둘기의 딱지가 붙을까요. 가장 주요한 건 개인의 성향이겠지요. 어차피 정책은 사람이 하는 겁니다. 이에 더해 통화정책의 시계가 상대적으로 길다는데 이유가 있을 겁니다. 큰 줄기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건 당장을 보고 하는 게 아닙니다. 잘 보이지 않는 2~3년 후를 예측하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통화정책은 ‘항공모함’에 비유될 정도로 느리지만, ‘큰 칼’에 비유될 정도로 강력합니다. 한 번 방향을 잡으면 거의 바뀌지 않으니까요. A씨 역시 매우 오랜 기간 비슷한 주장을 한 걸로 기억합니다. 이는 곧 매냐 비둘기냐 하는 딱지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현재 FOMC 절반 이상 매파 기울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최대 화두입니다. 한은에 금통위가 있다면, 연준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있지요. 팬데믹 이후 역대급 돈 풀기가 이어졌는데, 이제는 조금씩 거둬들일 때라고 연준은 생각하는 듯합니다. 중요한 건 긴축의 규모와 속도이겠지요. 이 때문에 FOMC에서 의결권을 가진 인사들의 성향을 살펴보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FOMC 내 의결권 위원은 11명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해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 랜달 퀄스 부의장,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 미셸 보우만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이사진이 6명입니다. 원래 7명인데, 1명이 공석입니다. 그외에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이 매해 돌아가면서 의결권을 갖는데요. 뉴욕 연은 총재는 당연직입니다. 지금은 존 윌리엄스 총재이고요. 그와 함께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토머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 매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투표권을 갖고 있습니다.

7월 FOMC 정례회의 때 다수 위원들이 “경제가 광범위하게 회복할 경우 올해 안에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는 게 적절하다”며 조기 테이퍼링을 거론해 화제입니다. 그 이유는 결국 11명 중 과반 이상이 매파로 기울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파월 의장은 중립 혹은 비둘기로 봐야 합니다. 퀄스 부의장과 월러 이사는 조기 테이퍼링을 주장하는 인사입니다. 월러 이사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고, 퀄스 부의장은 몇 달 전부터 “경제가 기대에 부합한다면 테이퍼링 논의 시기는 다가온다”고 했습니다. 중립 성향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근래 “인플레이션은 상방 리스크가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조금씩 매로 돌아서고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성향에 따라 경기를 보는 눈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5%가 넘는 미국 인플레이션 절대치가 높다는 건 이견을 달기 어렵습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4%로 연준 목표치(2.0%)를 한참 상회했지요. 고용의 경우 물가보다는 더디지만, 회복 과정에 있습니다.

반면 브레이너드 이사는 고용 증가가 기대를 밑돈다는 이유를 들어 “테이퍼링을 서두르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CNBC 추정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미국 내 약 600만명은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우만 이사도 비슷하고요. 파월 의장까지 더하면, 이사진 내 의견은 팽팽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연은 총재들은 매파 성향이 다분합니다. 총 5명 중 보스틱 총재, 바킨 총재, 데일리 총재는 조기 긴축을 주장하고 있고요. 특히 보스틱 총재는 “테이퍼링 시기를 10~12월에서 보다 앞당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둘기로 불렸던 에반스 총재도 “경제가 궤도에 올랐다”고 했습니다. 테이퍼링에 우호적으로 바뀐 겁니다. 파월 의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긴축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만들어 졌습니다.

(출처=IT 캐피털 마켓츠)


내년 ‘매파 FOMC’ 점치는 두 가지 이유

주목할 건 내년입니다. 사실 테이퍼링보다 더 관심인 건 기준금리 인상입니다. 엄밀히 말해 테이퍼링 와중에 연준은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사기 때문에 긴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돈을 푸는 건 이어지는 겁니다. 진정한 돈줄 조이기는 기준금리를 건드릴 때인데, 내년이면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질 겁니다.

내년 FOMC를 둘러싼 변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새로 들어올 4명의 의결권 연은 총재들의 성향입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은 총재입니다.

월가에서 불러드 총재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와 함께 가장 강경한 매파로 불립니다. 그는 7월 FOMC 의사록 공개 직전 마켓워치와 만나 “내년 1분기까지 테이퍼링을 완료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준비를 앞당기자는 겁니다. 조지 총재는 올해 FOMC 내에서 가장 강경하다는 보스틱 총재와 맞먹는 매로 분류됩니다. 그는 최근 “완화적인 정책에서 보다 중립적으로 전환할 때”라고 했습니다. 메스터 총재와 로젠그린 총재 역시 최근 더 매파적으로 움직이고 있지요. 월가 한 인사는 “올해 멤버인 에반스 총재는 원래 비둘기 성향이 강하다”며 “내년 FOMC 위원들이 더 강한 매파라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가 어쩌면 더 중요합니다. 파월 의장과 클라리다 부의장, 퀄스 부의장의 교체 가능성입니다. 먼저 파월 의장입니다. 연준 의장은 웬만하면 연임하는 게 관례인데, 이번에 정치권으로부터 교체 얘기가 조금씩 나오는 건 브레이너드 이사 때문입니다. 그는 바이든 정부 출범 당시 재무장관과 연준 의장으로 동시에 하마평에 오른 실력자입니다. 통화정책상 브레이너드 이사는 파월 의장보다 더 비둘기 성향인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는데요.

그런데 방점은 그게 아닙니다. 민주당 소속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파월 연임 불가론’을 외치는 건 현재 연준의 금융 규제가 너무 방만하다는데 있습니다. 쉽게 말해 브레이너드 이사가 수장에 올라 금융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브레이너드 이사가 만약 연준 의장에 오른다면, 이를 두고 ‘슈퍼 비둘기’의 등장이라고 해석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에 대해 알아보지요. 기자가 그에 대해 남아 있는 강한 기억은 지난 5월입니다. 연준의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때입니다. 브레이너드 이사가 주도한 이 보고서는 △아케고스 사태에 따른 헤지펀드 위험 선호 우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이용한 기업 상장 열기 △수요가 약해진 상업용 부동산 △점차 커지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 열기 등을 경고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은행권은 경기 하강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기자는 그 이후 브레이너드 이사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올라 있는 고승범 전 금통위원과 오버랩 되는 건 기자뿐만 아닐 겁니다.

은행감독을 총괄하는 퀄스 부의장(오는 10월 임기 종료)의 교체론이 나오는 이유 역시 똑같습니다. 그가 금융 규제를 느슨하게 한다는 게 민주당 강경파들의 불만이지요. 특히 워런 의원은 대선주자급 거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해서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두 가지 이유를 더해보면, 어떻습니까. 내년에는 강성 매파들이 몰려올 수 있다는 해석이 지나치지 않아 보일 정도입니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사진=AFP 제공)


돈줄 조이기,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래서 연준의 돈줄 조이기는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더 나아가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는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제동이 걸릴 것인가.

미래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지요. 기자는 아무리 매파들이 득세한다고 해도 연준은 내년 이후 ‘신중한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씨 말마따나 매든 비둘기든 딱지를 붙이는 건 시장이고요. FOMC 위원들은 얼마든지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델타 변이와 함께 경기 둔화 우려까지 나오니 더욱 그렇지요. 실제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6.4%에서 6.0%로 낮췄습니다.

요즘 월가의 기류는 이쪽에 기울어 있습니다. 금리 전문가로 손꼽히는 BMO 캐피털 마켓츠의 이언 린젠 수석전략가는 이날 뉴욕국제금융협의체 화상회의에서 “중장기적으로 저금리화는 지속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05~1.35%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기금리가 하향 안정화한다면 뉴욕 증시 내 비중이 높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호조가 이어질 수 있겠지요.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만나 “증시는 버블에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FOMC 위원들이 하나둘 매파적으로 돌아서는 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연준의 긴축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어쨌든 증시 등 위험 자산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위험 투자 판단이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출처=마켓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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