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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 강제 요구는 '위헌'" 헌법소원 청구

권효중 기자I 2023.11.15 10:10:01

한국노총, 15일 헌법재판소 앞 기자회견…헌법소원 청구
지난달부터 노조 회계 공시 의무화, 위반 시 세액공제 배제
"정부가 노조 재정·운영에 개입해 평등권 등 침해"
"ILO 등 국제 기준에도 어긋나…법적 투쟁 이어갈 것"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한국노총이 정부의 노조 회계 공시 의무화와 이에 불응할 시 세액공제 혜택을 제한하는 노조법·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평등권과 노조의 단결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5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정부가 노조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노총은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상위법에 어긋나는 시행령을 통해 위헌적 입법에 나섰고, 노조원에게 불이익을 줌으로써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노조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르면 1000인 이상 노조는 회계공시 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공표해야 하며, 불응할 시 노조원들은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은 우선 이에 따르기로 결정했지만, 정부의 목적이 ‘노조 혐오 조장’에 있다며 법적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한국노총은 정부의 조치가 곧 ‘노조 옥죄기’라고 주장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초부터 근거 없이 노조의 재정이 불투명하다며 회계 제출을 요구하더니 곧 의무화하고, 이를 하지 않으면 세액공제에서 배제하는 ‘개악’을 단행했다”며 “정부는 법률상 권한을 뛰어넘어 무차별적이고 공격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류 사무총장은 “노동조합에게 자주성은 곧 생명으로, 한국노총은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통해 정부의 노조 통제 시도에 저항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의 시행령이 노조는 물론, 조합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노조와 조합원의 단결권과 평등권, 재산권을 침해할 뿐만이 아니라 조세법률주의, 법률우위의 원칙 등 헌법 질서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국제적인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노조의 회계 등에 개입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제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 제3조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이 협약에 따르면 노조는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운영과 활동을 조직하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정 사무처장은 “노조의 재정은 자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국가의 개입은 헌법상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외국의 입법례를 봐도 이러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헌법은 물론, ILO 협약마저 짓밟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헌법 정신에 입각해 정부의 노조탄압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나오길 기다리겠다”며 “정부는 월권과 개입을 중단하고, 회계를 빌미로 한 탄압 역시 멈춰야 한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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