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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 세계 최초로 약초로 상처 치료하는 모습 관찰

김혜선 기자I 2024.05.03 11:11:26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인도네시아에서 야생 수마트라오랑우탄이 얼굴에 난 상처에 약초를 으깨 발라 치료하는 모습이 최초로 포착됐다. 그동안 오랑우탄 등 유인원에서 약초를 먹는 행동이 종종 전해졌지만, 외부 상처에 적극적으로 ‘치료 행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컷 수마트라 오랑우탄의 생물학적 활성 식물을 이용한 안면 상처의 적극적인 자가 치료.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https://doi.org/10.1038/s41598-024-58988-7)
2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는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 행동 연구소 이자벨 로머 박사팀이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로머 박사팀은 지난 2022년 6월 22일 ‘라쿠스’라는 이름의 수컷 수마트라오랑우탄이 얼굴에 상처를 입은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라쿠스가 다른 수컷과의 싸움에서 이러한 상처를 얻은 것으로 추정했다.

오른쪽 눈 아래 피부가 깊이 패인 상처를 입은 라쿠스는 6월 25일부터 ‘아카르 쿠닝’이라 불리는 덩굴 식물의 줄기와 잎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카르 쿠닝은 이 지역 오랑우탄의 주식이기도 하지만, 라쿠스는 식사를 시작하고 13분부터 나뭇잎을 먹지 않고 입안에서 씹기만 했다. 이후 손가락을 사용해 입에서 나온 즙을 얼굴 상처에 바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라쿠스는 아카르 쿠닝 즙을 상처로 붉게 노출된 부분이 약초로 모두 덮일 때까지 계속해서 발랐다. 라쿠스의 얼굴 상처는 감염되지 않았고, 6월 30일에는 얼굴 상처가 아물었다고 한다. 7월 19일에는 상처가 완전히 아물어 희미한 흉터만 남았다.

수컷 수마트라 오랑우탄의 생물학적 활성 식물을 이용한 안면 상처의 적극적인 자가 치료.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https://doi.org/10.1038/s41598-024-58988-7)
연구진은 라쿠스가 상처를 회복하는 동안 더 많은 휴식을 취한 것을 두고 “수면 중에 성장 호르몬 방출, 단백질 합성 및 세포 분열이 증가하여 상처 치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라쿠스가 사용한 아카르 쿠닝은 해당 지역에서 진통제, 해열제, 해독제 및 이뇨제로 알려져있다. 연구진은 “수마트라오랑우탄이 오른쪽의 얼굴 상처에 약초를 선택적으로 발랐고 다른 신체 부위에는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치료한 것으로 보인다”며 “즙 뿐만 아니라 더 단단한 식물 재료를 상처가 완전히 덮일 때까지 발랐다”고 설명했다.

수컷 수마트라 오랑우탄의 생물학적 활성 식물을 이용한 안면 상처의 적극적인 자가 치료.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https://doi.org/10.1038/s41598-024-58988-7)
이어 아카르 쿠닝에 대해 “강력한 진통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개인은 즉각적인 통증 완화를 느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하고 이후에 파리에 대한 보호로 상처를 덮기 위해 단단한 식물 물질을 바르게 된다”며 “어린 오랑우탄은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사회적 학습에 의존한다. 아카르 쿠닝을 통한 상처 치료는 오랑우탄에서 오랑우탄으로 사회적으로 퍼진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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