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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e기술] 생명 살리는 조기 진단...조용한 암살자 발암물질도 막는다

송영두 기자I 2023.01.01 20:51:49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최근 몇년 동안 반도체와 액정디스플레이 등 전자제품 부품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이 간질성 폐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인듐이라는 발암물질에 노출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인듐은 전자제품 액정디스플레이, 반도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희귀금속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듐 소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전체 인듐 수요 중 약 87% 이상은 인듐주석산화물(ITO) 및 인듐아연산화물(IZO) 관련 산업에 사용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합금, 화합물, 반도체 등의 제조에 사용된다. ITO와 IZO는 전기전도성이 좋고 가시광선의 투과성도 뛰어나 태양전지, 평판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산업에서 주요한 소재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투명 전도성 산화막 소재의 제조나 재활용 등과 관련된 사업장, 그리고 이러한 소재를 사용하는 각종 디스플레이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직·간접적으로 인듐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12년 당시 전 세계 ITO 타깃 생산량의 60%를 한국에서 소비했으며, 안전보건공단은 9000명 이상의 국내 노동자가 인듐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2017년 국내에서 인듐으로 인한 간질성 폐질환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으며, 국제암연구소(IARC)는 인듐을 폐암·부신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거나 의심스러운 ‘2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인듐.(사진=GC녹십자의료재단)
인듐은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역할을 하지 않으나, 일부 인듐 화합물은 인체 내에서 독성을 나타낸다. 녹는 점이 낮기에 여러 차례 정제작업을 거치면서 가루 형태로 바뀌는데, 호흡기로 인체에 흡입될 경우 여러 가지 건강장해를 유발하며 심할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최근 2021년 1월부터는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진행, 인듐 취급 근로자의 특수건강검진이 의무화됐다. 특수건강검진은 사업장에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직업성 질환을 조기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건강검진이다. ‘인듐 특수건강검진’은 혈청 인듐 농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검사항목으로 인듐을 취급하는 근로자에게 필수적인 검사다.

과거 인듐의 생물학적 노출평가를 위한 시료로는 혈장, 혈청, 전혈, 소변 등이 연구되었는데, 전혈은 변이가 심하고 소변은 인듐 농도가 낮아 생물학적 노출지표로 효용성이 떨어졌다. 혈장과 혈청의 가용성은 높았으나, 간섭물질이 적은 혈청이 검사 지표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됐다.

인듐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기존 중금속보다 1/10 이하 농도를 검출해야 하므로, 중금속 검사에 주로 사용되던 ‘흑연로 원자흡광광도계(AAS)’로는 정확한 분석이 어렵기 때문에 첨단 ‘유도결합플라즈마질량분석기(ICP-MS)‘를 이용한 검사가 필요하다.

이준형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의학과 전문의는 “올해 4월부터 특수건강진단센터를 운영하며 국내 검체검사 전문수탁기관 중 최대의 질량분석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 재단은, 인듐을 비롯한 모든 중금속 항목의 검사를 최신 ICP-MS 장비로 정확하게 검사하고 있다”며 “각종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산업 등 인듐과 관련된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연 1회 이상 ‘인듐 특수건강진단’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듐을 취급하는 업무를 중단한 후에도 혈청 인듐 수치가 높게 나타나거나 뒤늦게 인듐 관련 직업병을 진단받는 경우가 있으니 인듐 노출이 중단된 후에도 해당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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