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 정책의 자신감과 고집스러움 사이

김현아 기자I 2022.06.06 18:15:47

LG U+ 인접대역 5G 주파수 할당에 공정경쟁 보완
소비자 편익 최우선으로 정책 바꿔
정책에 100% 옳고 그른 것은 없어
충분한 설명 안 한다면 고집스럽게 비칠 우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는 LG유플러스가 요구한 5G 주파수(3.4㎓ 대역 20㎒)에 대해 단독으로 할당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가 주파수 추가 할당을 요구한 지 11개월 만이고, 정부 계획상 2월 할당공고를 내려던 게 4개월 미뤄진 셈입니다.

경쟁사들(SK텔레콤, KT)은 “유감”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정부 정책이라는 것이 결과적으로 기업별로 유불리가 갈릴 순 있지만 정책 수립 단계에서 특정 기업의 유불리를 고려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존중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공정경쟁 문제 보완

게다가 지난 1월 정부안과 비교하면, 최종 방안은 공정경쟁 문제를 다소 보완한 측면도 있죠.

1월에는 할당조건으로 ‘25년까지 15만 무선국을 구축하라는 게 전부였지만, 이번에 발표된 정책에는 인접대역 사업자(LG유플러스)가 할당받을 할당받은 주파수를 활용해 신규로 1.5만국의 5G 무선국을 구축해야 기존 5G 무선국에서 할당받은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농어촌 공동망은 제외)


이게 어떤 의미냐고요? LG유플러스가 해당 주파수를 가져갈 경우 1.5만 국을 투자해야 화웨이 장비를 기존 80㎒ 폭에서 100㎒ 폭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경쟁사들이 국산장비 개발 일정을 문제 삼으며 국산 장비가 나올 때까지 수도권 서비스는 기다려달라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담당 국장은 “인접 사업자(LG유플러스)가 가져갈 경우 기지국 투자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사용 가능해 다른 사업자와의 형평성을 위해 조건을 넣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해당 주파수는 LG유플러스에만 필요한 주파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업자들이 가져가면 1.5조 원(각사 주장)의 투자비가 추가로 들기 때문이죠.

소비자 편익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정부는 LG유플러스 요구 주파수를 먼저 할당한 이유에 대해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기자들이 6.1 지방선거일 오후에 갑자기 브리핑 일정을 알리는 등 너무 급하게 이뤄진 게 아니냐, 지난 2월 전임 장관과 통신3사 CEO 간담회 때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는데 이후 충분한 의견수렴이 있었느냐고 물었지만, 정부는 “전파법상 주어진 권한이다”, “사업자간 이견 해소가 정부 역할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언급하는 등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정부는 아마 5G가 상용화된지 3년이 지났는데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여전하니 주파수를 가져가 품질을 높이려는 기업의 시도에 더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고, LG유플러스가 인접 대역 주파수를 가져가 품질을 높이면 SKT와 KT도 설비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충분한 설명 안 한다면 고집스럽게 비칠 우려

그런데 말입니다. 결론은 같다고 하더라도 정책 결정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좀 더 친절하게 밝히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과기정통부는 전문가 연구반을 수차례 돌렸다고 하지만, 정책 수혜자인 기업들은 깊이 있는 정책 조율 과정이 생략됐다고 하소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통신의 원료가 되는, 그래서 눈치 보기가 치열한, 국가자원인 주파수를 나눠줄 때 견지했던 원칙들이 지켜졌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2013년 KT에 인접 대역 LTE 주파수를 줬을 때에는 지역별 서비스 시기를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LG유플러스와 SKT가 반발했고 결과적으로 지역별 제한 조건이 붙었습니다.

정부의 정책 중 어느 한 가지가 100% 옳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요. 또, 정책 방향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합니다.

이번 결과는 “새 정부의 주파수 정책은 소비자 편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공정경쟁 같은 것보다는요.

그렇다면, 과기정통부는 ‘앞으로의 주파수 정책은 이렇게 간다(소비자 편익 증진이 최우선)’는 예측 가능성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다소 달라진 방향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는데 주저하거나 짜증을 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에 대한 자신감은 자칫 고집스러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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