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도전자]③광주 한복판 등장한 '빨간잠바' 정체는?

김보겸 기자I 2022.05.20 11:30:00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 인터뷰
"보수당 후보라고 면박 주기는커녕…
출근길 인사길에 경적으로 호응하더라"
'현수막 훼손' 사건에도 "관심의 표현"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광주 한복판에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 잠바’가 등장했다. “군대 있을 때 빼고는 광주를 떠난 적 없다”는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는 보수당에게 ‘험지 중 험지’인 광주에 출사표를 냈다.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가 ‘빨간 잠바’를 입고 출근길 아침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주기환 선거캠프)
출근길 인사에 나선 보수당 후보를 향해 욕을 하는 사람은 없었을까 싶었지만 그는 “손도 흔들어주고, 경적으로 호응해 주시더라”고 했다. 실로 오랜만에 광주에 등장한 국민의힘 후보에게 호기심을 보인 것. “보수당 명함만 줘도 받는 순간 버린다든지, 면박을 준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모두가 반겨 주셨다.”

20일 광주 전남대 후문에 걸린 주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되어 다시 걸고 있는 모습.(사진=유튜브)
인터뷰 당시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19일 오후 전남대 후문에 걸린 주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됐다. 이 소식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한달음에 현수막 복구를 돕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현수막 훼손 사건에도 주 후보는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겠다”며 의연한 모습이다. 다음날 현수막을 다시 고쳐 단 주 후보는 “이것 역시 시민들의 관심의 표현”이라며 “지역정서가 변화하고 있다는 연장선, 거꾸로 이야기하면 출발선이라 생각한다. 더욱 열심히 분발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주 후보는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고, 광주 소재 조선대학교, 광주지검 수사관을 거쳐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초빙교수로 근무했다. 스스로를 ‘광주 사람’이라 소개하는 그는 “제가 시장이 되면 광주시민 전체가 시장이 되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다가도, “5·18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기존 국민의힘에 있었던 데 대해선 국민의힘 시장 후보로서 송구하다”고 말할 때는 사뭇 진지해졌다.

주기환 후보와 윤석열 대통령. 주 후보는 지난 2003년 윤 대통령이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근무할 때 수사관으로 2년간 함께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사진=주기환 선거캠프)
새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도 강조했다. 주 후보는 지난 2003년 윤 대통령이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근무할 때 수사관으로 2년간 함께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이 지역 구석구석을, 정서를, 호남의 한(恨)까지도 잘 아는 사람”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광주 시민들이 마음을 열고 손을 잡아 주시면 광주도 급속도로 발전하는 멋진 선진도시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주 후보와의 일문일답

-아침 출근길 인사 등 거리유세에 나섰다. 반응은 어떤가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 옷을 입고 후보가 유세하는 장면을 광주 시민들이 수년간 본 적이 없다. 저번(2018년 지방선거)에는 아예 후보도 못 냈다. 국민의힘 후보가 광주에서 아침 출근인사를 하는 장면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생소하시구나, 싶었다. 하지만 제가 손을 흔들면 반겨 주시고 눈이 마주치면 같이 손도 흔들어 주시더라.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소위 ‘민주당 텃밭’ 광주가 좀 달라져야 한다는 게 민심인 것 같다. 견제와 균형을 근본으로 하는 정치가 이제 ‘일당 독점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탓에)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비민주적인 행태도 기름을 부었다. 시민들 실망이 극에 달하고 있다.

-힘든 싸움이 될 텐데

△광주가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로 통하는데, 역설적이게도 견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일당이 독점하고 있다. 이건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걸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아닌 다른 당들도 정치 활동을 해야 민주당도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런 역할을 제가 하겠다.

-험지인 데다, 정치 신인이다. 두 배로 어려울 텐데

△이런 생각을 한다. 정치는 생활이고, 삶이 곧 정치다. 저는 광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나고 자랐다. 공직 31년도 대부분 광주에서 생활했다. 군대 생활 빼고는 광주를 떠난 적이 없다. 광주에서 살아왔으면 정치인으로 산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인이냐 아니냐 구별하는 것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

제가 시장이 되면 광주 시민 전체가 시장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민들과 함께 정치를 하고, 시민만 바라보겠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화제였다

△새 정부에 제가 건의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합을 강조한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참석하면 기념식다운 기념식을 최초로 하게 되지 않겠냐고 말이다. 이 나라가 이제 바로 서기 시작하는 것이다. 보수가 정권을 잡게 되면 호남은 배제되고 차별받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호남도 함께 하는 새로운 정부를 국민들이 보시게 됐다.

-광주 시민들한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가 아직 역량이 부족해서인지, 아직도 이번 대선 결과를 놓고 ‘정권을 뺏겼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다.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정권을 뺏긴 게 아니라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시민들과 함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년간 광주에서 시민으로 살았던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다.

바라는 건 딱 하나다. 광주 숙원사업을 완벽하게 현실화할 수 있는 시장은 여당 후보이면서도 윤 대통령과 30년째 이념을 함께한 저다. 주기환에게 힘을 달라. 그 힘은 여러분의 마음을 담은 한 표다. 표를 저한테 주시면 최선을 다해 시민만 보고 시민과 함께 이 광주를 이끌어 가겠다.

-주기환이 바라는 광주는

△지금까지 광주는 인권과 정의, 정치의 도시였다.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고 살맛나는 선진도시가 되어야 한다. 2017년 이후 계속 인구가 줄고 있는데, 광주에서 대학 나온 2030 세대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비율이 50%에 달한다. 전라남도에서 대학을 나와서 다른 지역으로 취직하는 비율로 따지면 3분의 2에 육박한다. 광주를 4차 산업의 메카이자 첨단 과학 선도도시로 만들겠다.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는 1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강력한 의회 권력으로 저를 견제하시고, 저는 시민들과 손을 잡는 시장이 되겠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장밋빛 공약만 하면 뭘 하나. 그것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현명한 광주시민들은 잘 판단해주시리라 믿는다. 야당 시장과 손을 잡고 해 나가기에는 지나칠 만큼 거대한 규모의 공약들이 많다. 이게 이뤄지려면 이념과 가치관까지 같아야 한다. 그 적임자는 저다. 광주가 민주당 텃밭인 만큼 민주당은 강력한 의회 권력으로 저를 견제·감시하고 저는 시민들과 손을 잡겠다. 민주정치가 구현하는 대중정치, 시민정치를 한 번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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