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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손정민 사건, 경찰이 실족사 몰아가”…온·오프라인 동시 집회

박순엽 기자I 2021.05.23 21:17:23

경찰에 진상 규명·공정 수사 촉구…27가지 의혹 제기
'9명 제한' 사전 신고 집회 개최…주변 시민 모여들기도
현장에 대형 스크린 띄워…온라인 참가자 목소리 전달

[이데일리 박순엽 이상원 기자]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실종된 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 사건과 관련해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온·오프라인으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손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경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故 손정민씨 온·오프라인 추모 집회에 시민들이 참석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온·오프라인서 이어진 ‘공정한 수사 촉구’ 목소리

2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 9명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고 손정민씨 진상규명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진행했는데, 주최 측은 오프라인 참여 인원을 9명으로 제한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10인 이상 모이는 집회 개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는 온라인으로도 여러 개의 방을 나눠 진행했는데, 한 방에 최대 500명의 참가자가 접속했다. 이렇게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경찰에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이번 사건을 보고 어떻게 의심하지 않겠냐”며 “제발 시간대별 영상을 공개해 국민을 일상으로 돌아가게 만들어달라”고 성토했다.

주최 측은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이 사건을) 내 일처럼 공분하고 있다”며 “수많은 의혹을 경찰이 의혹이 없도록 밝혀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였다”고 밝혔다. 주최 측이 ‘공정한 수사를 원한다’, ‘국민은 허수아비가 아니다’ 등 참가자들이 남긴 문구를 읽자 주변 시민들은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또 △손씨의 익사 원인 규명 △손씨 시신 상처와 혈흔 사유 규명 △청와대 국민청원의 공개 전환 △사건 당일과 이튿날 손씨 휴대전화·인터넷 접속 내역 상세 수사 △(사건 당시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A씨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 내역 수사 △(손씨와 A씨 대화에서 나온) ‘골든건’ 의미 재규명 등 총 27가지 의혹을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주최 측은 공원 내 손씨 추모 공간 옆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뒤 온라인으로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경찰은 신고 인원 이외의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자 집회 장소 주변으로 질서 유지선을 설치했다. 그러나 집회가 시작되자 질서 유지선 바깥에서 다닥다닥 붙어 집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故 손정민씨 온·오프라인 추모 집회에 시민들이 참석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치색 배제 온라인 집회”…20대 여성 2명이 주최

이날 집회는 20대 여성 두 명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카카오톡 오픈 대화방을 이용해 여러 시민들과 의견을 나누다가 이번 사건이 공정하게 수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집회 개최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찰이 손씨의 사망 원인을 실족사로 몰고 가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해당 대화방의 방장인 B씨는 “어떻게 하면 평화적이고, 의미 있게 의견을 표명할 수 있을지 논의하다가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일반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게 이런 방법밖에 없고, 이런 관심이 이어지다 보면 이번 사건이 결국 공정한 수사로 마무리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이번 집회가 경찰에 사전 신고된, 참여 인원 9인 이하의 ‘합법 집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1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손씨 추모 집회와 행진은 사전에 신고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해당 집회와 행진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이어 지난 추모 집회에도 참여했다고 밝히면서 해당 집회가 불법 집회로 지적받는 부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방장 C씨는 “지난 집회에서 평화롭게 1인 시위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문제가 되는 부분만 부각해서 보여주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번 집회는 정치색도 빼고, 온라인으로 진행해 논란이 될 부분을 최소화했다”고 언급했다.

C씨는 “전국 각지뿐만 아니라 멀리는 미국에서도 참여하겠다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대형 스크린을 준비하는 등 집회를 진행하는 데 쓰인 70만원의 비용도 시민들의 모금으로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적은 메모를 붙일 수 있도록 집회 현장에 손정민씨의 이름의 초성을 딴 ‘ㅅㅈㅁ’ 모양의 구조물도 설치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한강공원 인근 CCTV 54대와 154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을 분석하며 관련 수사를 이어갔다. 또 경찰은 실종 당일 손씨의 행적을 밝히기 위해 양말에서 나온 흙과 인근 잔디밭, 육지와 물 경계의 흙, 육지에서 강물 속으로 3·5·10m 지점에 대한 흙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비교 분석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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