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반기 보낸 美 증시 하반기 더 빠질수도

장영은 기자I 2022.07.03 16:46:40

S&P500 상반기 21% 급락하며 52년만에 '최악'
지금까진 긴축에 의한 하락…"경기 침체 반영 안됐다"
미 의회조사국 "현 상황에선 경착륙 가능성 크다"
日 국채금리 상승·유럽발 채무위기 가능성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올해 상반기 그야말로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미국 증시가 하반기에는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이 경기 침체를 유발하거나, 외부 경제 리스크가 터질 경우 추가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사진= AFP)


52년만에 최악 상반기…“경기 우려 아직 반영 안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 위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면서 향후 미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증시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는 올해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대형주 중심의 미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6개월간 21% 급락하며 5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밀렸다. 10년물 미 국채 가격은 40년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으며, 기술주는 폭락했고 암호화폐 가격은 말 그대로 붕괴됐다.

기술주와 암호화폐가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시장 참가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 위험을 주시하고 있지만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도이치뱅크가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90%가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측모델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4.11%로 추산됐다고 WSJ은 덧붙였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콜라오스 파니거초글루 JP모건 스크래지스트는 과거 11번의 경기침체 때 S&P 500 지수가 고점대비 평균 26% 하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현재 주가에 경기침체 가능성이 80% 가량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올해 주식 시장의 투매를 이끈 것은 주로 경기침체 위험이 아닌 연준의 금리인상이었다고 WSJ은 반박했다. 금리인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타고 주가가 오르는 성장주가 폭락하며 시장이 약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으로, 6월 7일 이후 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그동안 선방했던 경기순환주가 더 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경기침체 가능성을 무시하던 월가의 애널리스트들도 이달 들어 기업들의 향후 이익 전망치를 낮추기 시작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미국 3대 지수 주가 추이.


“美경제 경착륙 가능성 크다”…외부 충격도 고려해야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달 28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CRS는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일부 시차도 있었지만 1950년대 이후 모든 경기후퇴는 장기간의 금리 인상 후에 일어났다”면서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의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짚었다.

인플레이션이 높은데 실업률이 낮은 것은 수요가 너무 많다는 증거이고, 경착륙을 유발하지 않고는 수요를 줄이기 힘들다고 CRS는 덧붙였다.

경착륙이 발생할 경우 미국 경제는 ‘더블딥 경기후퇴’에 빠지게 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경기 침체에 빠졌던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경기 후퇴기에 접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블딥 경기후퇴는 1980년대 2차 석유파동 때도 발생했다.

CRS는 당시와 지금 상황이 유사하다면서 1980년대는 인플레이션이 7%를 웃돌았던 마지막 시기이며, 당시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19% 이상으로 빠르게 올리며 두 번째 경기후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연준이 경착륙 우려 때문에 금리를 신속히 올리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후퇴)에 직면할 것이라고 CRS는 경고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면 물가상승과 실업률의 관계는 약해지고, 경기 침체 상황에서 물가는 높고 실업률은 올라가는 1970년대식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 국채 금리 상승과 유럽발 채무 위기 가능성 등 외부 리스크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WSJ은 헤지펀드들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국채 금리 통제를 포기할 가능성에 크게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예측대로라면 일본 국채 금리가 치솟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전 세계 시장이 요동칠 공산이 크다.

이탈리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의 재정 위기를 막기 위한 지원 계획을 약속했으나, 이는 북유럽과 서유럽의 부유한 나라들이 이탈리아에 무리한 조건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이탈리아 채권을 인수하는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만약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탈리아와 유로존은 올가을에 다시 심각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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