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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여호와의 증인 아닌 '비폭력 신념' 병역거부, 무죄"

최영지 기자I 2021.06.24 10:33:01

'병역법 위반 혐의' A씨에 무죄 확정
비종교적 신념에 현역입대 거부 사건 '첫 무죄'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정당한 사유 인정"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님에도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이 강하다면 이를 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현역 입대 거부를 무죄로 본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DB)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 사건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일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그는 성소수자로 고등학생 때부터 획일적인 입시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문화에 반감을 느꼈다고 재판과정에서 밝혔다.

그는 기독교 신앙에 의지하게 됐고 대학 입학 후에는 선교단체에서 활동했다. 또, 이스라엘의 무력 침공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단체 긴급 기도회, 용산참사 문제 해결 1인 시위,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수요시위 등에 참여했다.

2017년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입영대상으로 판정됐고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았으나, 병무청에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 병역거부를 선택한다는 취지의 소견서를 작성했다.

1심은 A씨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은 기독교인 및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이 폭력과 전쟁에 반하므로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이 같은 신앙과 신념이 피고인의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병역법 상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도 말했다.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경우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지가 쟁점”이라며 “피고인의 현역병 입영거부는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고, 이때 진정한 양심이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을 말한다”며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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