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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분쟁조정 시작한다…배상 빨라질까

김국배 기자I 2024.04.30 10:19:49

금감원 다음달 초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예정
판매 계좌 40만개인데 자율 배상 합의 '극소수'
울며 겨자먹기 배상안 받기냐 소송이냐 갈림길

홍콩ELS 피해자 모임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과가 늦어도 다음 달 초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분조위 결과가 나오면 그간 지지부진했던 은행의 자율 배상 절차가 빨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 달 초 홍콩H지수 ELS 관련 분조위를 열고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 조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사이엔 분조위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이 실제 배상받는 비율은 20~60%가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했듯, 이번 분조위에 부의된 대표 사례들의 배상 비율도 대부분 이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배상 비율은 금감원이 지난달 11일 발표한 분쟁조정 기준안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관건은 분조위 결과가 나온 뒤 은행 등 홍콩 ELS 판매사와 투자자 간 실제 배상에 속도가 날 수 있느냐다. 금감원은 이미 자율 배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는 취지로 배상 비율을 산정하는 기준인 분쟁조정 기준안을 지난달 먼저 공개했고, 은행권은 이를 받아들여 자율 배상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배상은 지지부진하다. 일부 은행들이 자율 배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건수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진 않지만, 은행 등 판매사과 합의한 투자자는 수십 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은 현재까지 10명 내외의 투자자와 합의해 배상금을 지급했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아직 합의 사례가 나오지도 않았다. 판매된 ELS 계좌가 40만개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극소수 인원만이 합의한 것이다.

배상 비율을 놓고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어 분조위 결과가 나오더라도 배상에 속도가 날지 미지수다. 분조위에서 나오는 배상 비율도 은행 자율 배상안과 같은 분쟁조정 기준안을 적용하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달 초 ‘홍콩 ELS 손실 관련 차등 배상안을 철회해달라’며 올라온 국민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2만명을 넘었다.

다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은행의 자율 배상안에 응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의 배상안을 받든, 금감원에 분쟁 조정 신청을 하든 별반 달라질 게 없는 상황에서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는’ 소송을 선택하기보다 합의로 마무리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분조위 결과가 은행의 자율 배상이 원활히 이뤄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준안만으로 배상 비율을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은행이 앞으로는 금감원의 분쟁 조정 내용을 참고해 자율 조정을 진행할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분조위를 진행하면 거의 판결문 수준의 상세한 결정문이 나오기 때문에 은행과 소비자 모두 협의 과정에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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