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정재일·김준수·이아람…음악엔 경계가 없다

장병호 기자I 2020.07.07 09:17:59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작 '삼합'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공연만 진행
서정적·격정적…장르 구분 허문 음악 향연
조회수 6446회 기록…무대 생생함 아쉬움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객석에 관객들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020 여우락(樂) 페스티벌’ 개막작 ‘삼합(三合)’의 드레스 리허설을 위해 무대에 오른 대금연주자 이아람이 공연 도중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쑥스러운 듯 말했다. 예정대로였다면 이날 공연은 3일부터 25일까지 23일간 펼쳐지는 ‘2020 여우락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릴 무대가 돼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관객과의 만남은 무산됐다.

국립극장 ‘2020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작 ‘삼합’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삼합’은 최근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으로 화제가 됐던 작곡가 겸 연주가 정재일과 대금연주자이자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 음악감독을 맡은 이아람, 그리고 국립창극단 간판 소리꾼 김준수가 함께 마련한 무대다. 이날 리허설은 4일 열린 온라인 공연을 대비해 카메라를 갖춘 상태에서 진행됐다. 객석은 비어 있었지만 세 사람은 90여 분간 각자 지닌 다양한 음악의 색깔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음악의 경계를 허문 협업을 주제로 하는 ‘여우락 페스티벌’의 색깔에 걸맞게 이들의 공연도 장르의 구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고즈넉한 대금 연주에 김준수의 맛깔나는 소리가 더해진 ‘강상풍월’이 막을 열었다. 기타와 대금 선율로 빚어낸 ‘리멤브런스(Rememberance)’는 공연장을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 ‘자룡 활 쏘다’에서는 정재일의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와 김준수의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이질적이면서도 오묘한 충돌을 느끼게 했다.

이어진 무대는 현악 4중주와 타악, 아쟁, 피리와 태평소 등이 함께 해 한층 더 깊이 있는 소리의 향연을 펼쳤다. 코로나19 극복 염원을 담아 진도씻김굿 명인 박병천(1932~2007)의 넋풀이를 오마주한 ‘넋풀이’에서는 국악기와 전자 기타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공명이 세상의 온갖 나쁜 기운을 떨쳐내는 듯 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선보인 신곡 ‘거울 속의 거울’과 ‘더질더질’은 공연 이후 계속될 세 사람의 작업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국립극장 ‘2020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작 ‘삼합’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예정된 무대가 모두 끝나고 앙코르가 이어져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 공연장에서 들려와야 할 관객 환호는 없었지만 세 사람은 어디선가 공연을 보고 있을 관객을 생각하며 수줍은 모습으로 무대에 다시 올랐다. 앙코르 곡은 정재일이 소리꾼 한승석과 함께 발표한 ‘그대를 생각하다 웃습니다’. 지난해 이아람의 결혼식에서 정재일과 김준수가 축가로 부른 노래이자 세 사람의 ‘삼합’을 가능하게 해준 의미 있는 곡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다음날인 4일 진행한 ‘삼합’의 온라인 공연은 조회수 총 6445회(네이버TV 4353회·유튜브 2092회)를 기록했다. 당초 예정했던 2회 공연을 그대로 진행했다면 ‘거리두기 객석제’로 500여 명의 관객이 관람했을 공연이었다. 온라인으로 더 많은 관객이 관람한 셈이다. 그러나 정재일, 이아람, 김준수가 무대 위를 자유롭게 휘저으며 빚어낸 진정한 ‘삼합’을 영상으로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삼합’으로 막을 연 ‘2020 여우락 페스티벌’은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며 전 공연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한다. 당초 7일부터 대면 공연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12일까지의 공연을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남은 공연의 대면 공연 진행 여부는 오는 13일 발표할 예정이다.

국립극장 ‘2020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작 ‘삼합’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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