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C 우회안 없다"…'강 대 강' 치닫는 현대건설 vs 은마

하지나 기자I 2022.11.20 17:01:57

현대건설, 추가우회안 제출 않기로 결정
은마아파트 지하 통과 놓고 갈등 격화해
국토부, 내년 초 계약 확정 후 공사 착공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19년 만에 정비계획안이 통과해 재건축 사업의 청신호가 켜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이번엔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최근 우회 노선안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내부 의견을 정리하면서 은마아파트와 ‘강 대 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재건축 사업의 복병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일 “최근 은마 추진위, 국토교통부와의 면담을 통해 추가 우회안 검토를 협의해왔으나 최근 은마 추진위의 행보에 더 이상의 협상을 지속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해 추가 우회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지하 약 50m를 관통한다. 현대건설은 은마아파트 통과 구간은 대심도 터널로 지하 60m에서 공사를 진행한다. 이 아파트 일대 지질은 암반층으로 안전성 우려는 없다는 설명이지만 은마아파트 주민은 안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외벽에 GTX-C 노선 우회를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에 현대건설 측은 지난 9월 매봉산을 통과하는 우회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인근 소규모 아파트 단지 밑을 통과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그동안 대안 마련에 고심하던 현대건설이 돌연 태도를 바꾼 데는 은마 추진위의 지나친 강경 대응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2일부터 은마 추진위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GTX-C 노선 우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은마 추진위는 우회 노선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예정으로 은마아파트 주민과 현대건설 간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앞서 GTX-C 노선 개통을 반대하는 취지로 건물 외벽에 영정 사진 프레임에 ‘이태원 참사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 현대그룹 명심해라’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을 걸어 논란이 일자 철거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대건설 측이 추가로 우회안을 내놓지 않기로 하면서 앞서 제출한 원안과 매봉산 우회안을 두고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실시 중인 민자 적격성 검토를 완료하면 현대건설과의 계약 여부도 확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2023년 착공과 2028년 개통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GTX-C 노선은 공청회와 업계 전문가를 거치고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경제성을 인정받은 최적의 노선이다”며 “본래 GTX의 취지와 목적이 있는데 자칫 이 부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민은 40년 된 노후 단지로 재건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GTX가 단지 하부를 그대로 통과할 때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시공사가 자체 신기술을 도입하고 특화공법을 적용하더라도 GTX 사업 자체가 국내에선 처음 진행되는 것이어서 주민 걱정도 당연하다. 최고 시속 180km인 급행열차가 노후 아파트 지하를 지나간다면 주민으로서 격하게 나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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