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포퓰리즘 좌파 집권할라…아르헨 페소 18% '뚝'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집권당 좌파의 예상 밖 선전에 금융시장이 화들짝 놀랐다. 아르헨티나 증시와 페소화 가치가 두자릿수 이상 추가 폭락했다. 만에 하나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에 오른 현 경제장관인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51) 후보가 최종 당선된다면 아르헨티나물 자산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CNBC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증시의 벤치마크인 메르발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44% 내린 70만1205.19에 마감했다. 장중 69만9479.81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22일 대선 1차 투표에서 마사 후보가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며 돌풍을 일으킨 극우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를 누르고 예상 밖 승리를 거둔 직후 거래다. 연간 인플레이션이 140%에 달하는 최악 경제위기 속에서도 현직 경제수장이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자 투자자들이 화들짝 놀란 것이다. 블룸버그는 “악명이 높은 아르헨티나의 복잡한 정치 현실에 투자자들이 출구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 역시 폭락했다. 비공식 환율 정보 사이트 블루달러닷넷에 따르면 이날 암시장에서 달러·페소 환율은 달러당 1100페소를 기록했다. 1차 투표 전 900페소 안팎이었는데, 그 직후 18% 내외 떨어진 것이다.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는 달러·페소 환율을 350페소로 고정해 놓았다. 이를 주도한 게 마사 후보다. 시장 가격으로 달러화를 사려면 암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사 후보는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장악한 ‘페론주의’ 정치인이다. 페론주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원조로 꼽힌다. 그가 1차 투표에서 선전한 것도 선거 막판 집권당 프리미엄을 업고 소득세 기준 완화, 현금카드 사용시 부가가치세 면제 등 돈 풀기 공약을 내세운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있다. 아울러 정부가 제시한 ‘대중교통 정부 보조금 자진 반납 등록’은 보조금이 사라지면 교통비가 10배가량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직시하게 했다. 보조금 폐지를 내건 밀레이 후보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대인 밀레이 후보가 너무 극단적인 자유주의 성향이라는 점 역시 마사 후보에게 플러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실제 마사 후보가 최종 당선됐을 경우다. 좌파 페론주의 정부가 또 집권하면 최악 경제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BTG 팩추얼의 알레호 코스타 수석전략가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지금과 같은) 경제정책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페소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것”이라며 “정부는 결선 투표에 앞서 감당할 수 없는 새로운 지출로 유권자들을 사로잡으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선 투표가 치러지는 다음달 19일까지 마사 후보가 또 다른 돈 풀기 포퓰리즘을 계획할 것이라는 의미다.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크리스틴 리드 분석가는 “마사 후보는 채권자들이 우려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관계를 포함해 시장에서 몇몇 파괴적인 행동을 했다”며 “그와 IMF의 관계는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마사 후보는 장관 시절 정부 보조금을 축소하라는 IMF의 권고를 무시하고 재원 대책 없이 복지정책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