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푸른 바다 옆 '어린이 지상낙원'…국립해양과학관에 가다

임애신 기자I 2022.04.03 15:29:08

국내 유일 해양과학 교육·전시·체험 기관
4월 VR 어드벤처, 3면 영상관 운영 재개
바닷속 전망대, 잠수함 없이 7m 바다 풍경 감상
국내 최장 해상통로 보유…6월 오션메이즈 공개

국립해양과학관. (사진=임애신 기자)
[울진(경북)=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멀게만 느껴지는 해양과학을 쉽게 풀어 알려준다. 막연하게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눈으로 볼 수 있다.

국립해양과학관은 국내 유일의 해양과학 교육·전시·체험 기관이다. 해양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해양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높여 해양과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20년 7월 경상북도 울진에 개관했다. 울진에 자리한 것은 서·남해안권에 비해 낙후한 동해안권을 개발해 국토 균형 발전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서울역을 기준으로 301Km를 내달려야 하는 거리이지만 막상 와보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과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따분할 것 같지만 국립해양과학관에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한 데다 다양한 전시물과 체험물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5월 초 운영을 재개하는 ‘가상현실(VR) 어드벤처’는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다. 놀이기구처럼 생긴 의자에 앉아 VR기기를 쓰면 인류가 아직 20% 밖에 모르는 바다 자원을 탐사하기 위해 바다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이 7분 남짓 보여진다. 영상 각도에 따라 의자가 함께 움직이고 바람도 나와 실제 아이언 맨처럼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VR 어드벤처를 체험한 사람들은 실감 나는 영상 덕분에 중간중간 환호를 하기도 했다.

국립해양과학관에서 ‘VR 어드벤처’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임애신 기자)
오는 5일부터는 3면 영상관도 다시 운영한다. 500인치의 큰 화면을 3면으로 볼 수 있는 곳으로, 식량난에 빠진 해저도시 아틀란티스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아라의 좌충우돌 해양 탐사 내용을 담은 ‘해저도시 아틀란티스’와 통째로 바다에 잠겨버린 미래의 깊은 바닷속의 산호초 동굴 속에 모여 살아가던 바다 생물들의 도시 탐험 이야기를 담은 ‘딥(DEEP)’을 만나볼 수 있다.

체험을 마치고 전시관에 들어서면 하나로 흐르는 바다, 다양한 생명체의 바다, 미지의 바다와 도전하는 인류 등 주제별로 10개 존으로 나눠 전시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바닷물은 왜 짤까’, ‘해류는 어떻게 지구를 순환할까’, ‘라니냐는 왜 발생하는 걸까’ 등 해양에 대한 근본적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들이 쉽게 설명돼 있다.

전시관에서는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쓰레기로 인한 환경 파괴의 심각성도 느낄 수 있다. 매년 버려지는 해양쓰레기는 약 17만톤에 달하는데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과학관은 바다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과 활동을 알려준다. 이 밖에 바다로 나간 탐험가들 이야기와 심해 탐사에 이용된 무인잠수함 ‘해미래’, 세계 최초 보행용 심해 탐사로봇인 ‘크랩스터’ 등을 실제로 볼 수 있으며, 기상 현상과 바다의 상호 작용, 지구 생태계의 산소와 탄소 순환, 과거 지구와 바다의 모습, 기후 변화와 극지 환경 영향 등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수심 7미터에 있는 바닷속전망대에서는 바다풍경과 이곳에서 살아가는 바다 생물을 반나볼 수 있다. (사진=임애신 기자)
국립해양과학관에서 해양과학에 대해 공부를 했다면 밖으로 나가보자. 이곳에 오면 반드시 들려야 할 명소가 있다. 바닷속 전망대가 바로 그것인데, 해중전망대에서는 잠수함이나 수중장비가 없어도 동해 바다 7m 아래의 풍경과 바다에서 살아가는 바다생물을 볼 수 있다.

국립해양과학관 관계자는 “보통 바다 안을 생각하면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곳은 7m로 수심이 깊지 않아서 바닷속이 밝게 잘 보인다”며 “복어와 노래미, 멍게, 성게 등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닷속 전망대는 그동안 코로나19로 개방이 안됐지만 5월 초부터 개관할 예정이다.

2층으로 올라오면 광활한 해양을 만끽할 수 있는 해상전망대가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망원경으로 독도를 볼 수 있다. 해상·해중전망대가 위치한 죽변면은 독도와의 거리가 216.8㎞로 한반도와 독도의 최단거리에 위치해 있다.

393미터로 국내에서 가장 긴 국립해양과학관 해상통로인 ‘바다마중길393’. 5분 정도 걸어가면 바닷속 전망대에 도착한다. (사진=임애신 기자)
과학관과 바닷속 전망대를 이어주는 길도 특별하다. 바다마중길393은 총 길이 393m로 국내에 있는 해상통로 중 가장 길다. 그렇다고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실제로 걸어보면 바다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걸어도 5분 안팎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푸른 울진 바다 위를 걷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국립해양과학관은 오는 6월 초 바다미로(오션메이즈)를 새로 선보인다. 해양생물, 해양과학, 해양환경에 대한 주제를 담은 4~5개의 포스트를 찾아 문제를 풀고 미로를 탈출해보는 놀이 체험시설이다. 이헌태 국립해양과학관 경영지원본부장은 “코로나19에도 지난해까지 10만명이 과학관을 찾았다”며 “코로나가 조금씩 완화하면 올해 더 많은 관람객이 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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