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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라면전쟁]②국물보다 면발 경쟁...고급이 '라면 지형' 바꿔

함정선 기자I 2016.02.24 08:15:50

프리미엄 라면, 국물 대신 면발로 승부..'패러다임' 바꿔
라면 시장 점유율도 변화..프리미엄 탄 업체 '승승장구'
해외 시장서도 품질로 가격 열세 극복 가능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한국인들의 라면 사랑은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1년에 평균 76개의 라면을 먹는다. 이는 5일마다 라면 한 봉지를 먹는 수치로, 세계에서 가장 라면을 많이 먹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같은 라면에 대한 사랑이 프리미엄 라면 덕분에 더 깊어지고 있다. 2014년 역성장했던 라면 시장은 프리미엄 라면이 출시된 지난해 성장세로 전환했고, 신제품 라면이 출시 3개월 만에 5000만개가 넘게 팔리기도 했다. 대형마트에서는 라면 시장 부동의 1위 ‘신라면’이 프리미엄 라면에 1위 자리를 내주는 일도 생겼다. 프리미엄 라면이 라면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국물서 면발로...라면 ‘경쟁 패러다임’ 바꾸다

프리미엄 라면 열풍은 농심이 시작해 오뚜기가 키웠다. 농심은 지난해 초 ‘우육탕면’을 내세워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열었다. 이후 짜장라면인 ‘짜왕’이 입소문을 타며 출시 두 달 만에 신라면에 이어 시장 2위에 오르며 라면시장 주도권은 프리미엄 라면이 쥐게 됐다.

이어 지난해 11월 오뚜기가 짬뽕라면인 ‘진짬뽕’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라면 열풍은 짬뽕으로 옮겨붙었다. 진짬뽕은 출시 3개월만에 5000만개가 팔리며 신라면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의 가장 큰 특징은 굵은 면발을 내세워 라면 시장 경쟁 구도를 바꿨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라면은 국물이 성패를 좌우해왔다. 얼큰한 라면, 순한 라면, 하얀 국물 라면 등 국물 맛이 다른 신제품이 잇따랐던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프리미엄 라면 경쟁은 ‘면발’에 있다. 국물 대신 면발이 히트 상품을 좌우하는 열쇠가 됐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라면의 면발은 대부분 3mm로 일반 라면 1.6mm 대비 약 2배가 넓다. 기존 라면 대비 쫄깃함은 살아 있고, 면이 잘 퍼지지 않는다.

라면 시장 경쟁이 국물에서 면발로 옮겨가며 프리미엄 라면 종류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굵은 면을 중심으로 짜장, 짬뽕에 이어 비빔면, 스파게티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에 ‘울고, 웃고’

프리미엄 라면은 라면 업체들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라면 시장은 농심이 최고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며 후발주자들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구조였다.

그나마 오뚜기가 ‘진라면’을 내세운 물량공세, 가격 경쟁력으로 점유율을 꾸준히 늘렸지만, 그마저도 20%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프리미엄 라면으로 고착화된 라면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오뚜기는 2014년 16.2%였던 시장점유율을 11월 진짬뽕의 선전으로 2015년 18.3%까지 끌어올렸다. 진짬뽕의 인기가 이어진다면 올해 20% 돌파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프리미엄 라면은 일반 라면 대비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비싸 판매 금액이 기준이 되는 시장점유율에서 일반 라면 대비 2배의 효과를 낸다.

◇해외 시장에서도 ‘기회’

프리미엄 라면은 해외 시장에서도 국산 라면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산 라면은 포화된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 역시 ‘간식’으로 인식되는 탓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라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프리미엄 라면이 해외에 나갈 경우 ‘한 끼’ 자리를 꿰차며 동남아 저가 라면들과는 다른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농심은 미국을 시작으로 짜왕과 ‘맛짬뽕’ 등 프리미엄 라면 수출에 나섰다. 현재 소매점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고, 월마트 등 대형마트들과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라면이 브랜드에서는 일본 라면에, 가격에서는 동남아 라면에 밀렸지만 프리미엄 라면은 다를 것으로 본다”며 “고급스러운 먹거리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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