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합중국' 아니라 '미 분열국'…진보·보수 갈등 깊어지는 美

장영은 기자I 2022.07.03 14:15:26

NYT “보수 우위 연방대법이 美 사회 분열·갈등 조장”
낙태·총기 관련 판결로 진보-보수 진영간 갈등 격화
"‘미 분열국’(the Disunited States)으로 불러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 합중국(the United States)이 아니라 미 분열국(the Disunited States)으로 불러야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최근 대법원이 진보주의자들의 중요하게 여기는 권리는 축소하고 보수주의자들에게 중요한 권리는 확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이 사회, 환경, 보건 정책 등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사진= AFP)


보수 6명 대 진보 3명의 ‘보수 우위’로 구성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열흘 동안 낙태의 헌법적 권리를 박탈하고, 연방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권한을 축소했으며, 진보 성향 주(州)의 총기 휴대 규제를 차단하는 등 보수 지향적 판결을 쏟아냈다.

가장 파급력이 큰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결정 이후 미국 주의 절반가량이 곧바로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에 착수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오히려 낙태 권리를 강화하면서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이를 지도에 표시해보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북동부와 서부 해안 등 ‘진보 지역’과 중부와 남동부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 지역이 대립하는 구도다. 보수 지역에 둘러싸인 진보 진영의 ‘섬’과 같은 일리노이주와 콜로라도주, 북동부에서도 보수 성향을 유지하는 뉴햄프셔주 등 예외도 있다.

양 진영간 대립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연방대법원의 한쪽으로 편중되면서, 미국을 하나의 국가로 지탱해주던 이음새가 찢어지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오하이오, 위스콘신,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여론이 엇갈리는 주에서는 공화당 집권층이 타협점을 찾기보단 가장 보수적인 주의 정책과 일치하도록 움직이는 식이다.

NYT에 따르면 일부 미국인들은 진보-보수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자신의 성향과 맞는 지역으로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억만장자 케네스 그리핀은 지난주 일리노이주(진보성향) 시카고에서 플로리다주(보수성향) 마이애미로 이사했으며, 그의 헤지펀드 시타델도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태를 금지한 주들과 인접한 일리노이주와 콜로라도주는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의 ‘피난처’를 자처하고 있다.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의 헌법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 내에서는 연일 관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AFP)


특히 낙태권을 둘러싼 갈등은 연방 대법원의 판결 이후 더 격화되고 있다. 낙태권 폐지 결정을 과거 노예제 폐지에 빗대어 각 진영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진보는 낙태권 보호를, 보수는 낙태 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기후변화와 총기 규제에 대해서도 각 주는 진보·보수 진영 간 논리에 따라 서로 상반되는 법을 제정하며 정치적 분열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북전쟁 시대 전문가인 데이비드 블라이트 예일대 역사학 교수는 “대법원이 분열을 초래했다.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나쁜 일이 될 지를 이제 막 보기 시작했다”라며, 진영 간 갈등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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