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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해진과 프랑스 정부, 그리고 디테일

김현아 기자I 2019.02.09 13:33:43

세금과 망사용료 언급한 이해진, 역차별 언급한 김택진
유튜브, 넷플릭스 공짜로 망 사용..서버설치의무화법 발의
규제강화 올인은 안 돼..외국 기업에 맞게 풀 규제도 상당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GIO)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 간 규제를 공평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지난 7일, 외신들은 프랑스 정부와 애플이 5억 유로(6377억원) 체납세금을 확정하고 애플이 이를 납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두고 다른 EU 회원국에서 발생한 수익을 아일랜드 본사에 몰아주는 방식을 통해 세금을 회피했는데, 프랑스 조사 당국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아마존에도 2억200만 유로(2806억원)의 미납 세금 납부를 이끌어냈다.

프랑스 정부는 일부 EU 국가들의 반대에도 ‘글로벌 연 매출이 7억5000만 유로(9566억원)이상이거나, 프랑스에서 2500만 유로(319억원)이상 매출을 올리는 인터넷 기업에 연 매출의 최대 5%를 과세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과세 대상이다. 그래서 이들 기업의 앞글자를 딴 ‘GAFA세’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계 인터넷 기업의 탈세나 공짜 통신망 사용, 이용자 보호 미비 문제가 지난해 국감 도마 위에 올랐고,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망 사용료를 내기로 하는 등 일부 개선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문 대통령, 김범석 쿠팡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김수현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세금과 망사용료 언급한 이해진, 한국기업 역차별 언급한 김택진

이해진 네이버 GIO는 문 대통령 앞에서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인터넷망 사용료, 세금 내는 문제에서 적어도 국내기업과 해외 기업에 적용되는 법안이 동등하게 적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다른 나라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강고한 울타리 만들어 타국 기업 진입을 어렵게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그는 해외 출장으로 이번 혁신벤처기업인 좌담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도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 구글과의 역차별을 지적했다.

김범수 의장은 “(비용 문제 때문에) 카카오나 네이버는 절대 구글 같은 고화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결국 사용자의 선택이 갈려 이미 동영상 미디어 시장에서 한국 업체는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튜브, 넷플릭스는 공짜로 망 사용..서버 설치 의무화법 발의

카카오는 연 300억원, 네이버는 700억원 정도의 망사용료를 내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은 거의 내지 않는다.

최근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을 출시한 넷플릭스는 트래픽이 늘어 국내 통신사들이 무료로 전용회선 용량을 두 배 증설해주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을 없애려고 구글, 넷플릭스 등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자는 국내에 서버 설치를 의무화해 안정적인 서비스 이용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게 하고, 위반 시 과징금을 내게 하는 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변재일 의원)이 발의됐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재일 의원이 다소 강한, 국내 서버 설치 의무화법을 발의한 것은 이해진 의장이나 김택진 대표, 김범수 의장이 요구한 역차별 해소의 대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넷플릭스 등 일정규모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 서버를 두게 되면 국내법 체제에 편입된다. 이를 통해 정확한 매출 파악(세금 부과)은 물론 통신망 이용료(상호접속체제 편입)나 이용자보호 책무도 부여하기 수월해진다.

구글의 지원을 받는 (사)오픈넷이나 글로벌 기업들은 데이터 쇄국정책이라 반발하지만 반론도 상당하다. 페이스북이 덴마크에 유럽 최대의 데이터센터를 짓는 등 외국에서도 점차 서버 현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차별 해소한다고 규제 강화 올인은 안 돼..디테일 챙겨야

하지만 역차별을 없앤다고 국내에만 존재하는 강한 규제에 외국기업을 끌어들이는 방식만 쓰면 득보다 실이 크다.

국내 기업만 받는 과도한 규제를 풀어 외국 기업 수준에 맞출 것도 상당하다. 사안마다 다른, 디테일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데이터 활용 규제 개선과 규제의 불확실성 해소는 시급하다.

아마존,알리바바 등은 데이터를 원료로 똑똑한 인공지능(AI)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어 앞서 나가는데, 국내 기업은 지나친 개인정보 보호규제에 얽매여 데이터 기업으로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 역시 개인정보가 아닌 가명정보는 동의 없이 쓸 수 있게 하는 법안 개정을 발표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에서 2.2조 원을 유치한 쿠팡 김범석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이 많이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그걸 막는 게 불확실성”이라며 “한국 시장이 너무 작다는 편견과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공정위가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만들어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오픈마켓과 온·오프라인 연결(O2O)에도 물건을 사서 파는 온라인쇼핑몰과 같은 수준의 소비자 보호책임을 부과했는데, 대형 백화점만 유리해지고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판이 컸고, 전재수 의원실은 다음주 별도 협의체를 만들어 법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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