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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해된다면”…푸틴 정적 나발니, 의문사 전 남긴 말은

강소영 기자I 2024.02.17 23:08:25

“내가 죽는다면 우리가 강하다는 것”
생전 다큐멘터리서 유언처럼 남은 말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여겨지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7)가 돌연 사망한 가운데 자신의 다큐멘터리에서 그가 살해당했을 경우 남기고 싶었던 말이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였던 알렉세이 나발니. (사진=다큐멘터리 ‘나발니’(Navalny) 캡처)
나발니의 정치적인 행보를 담은 ‘나발니’(Navalny) 다큐멘터리에는 그가 2020년 8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에서 독극물 노비촉에 중독돼 7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직후부터 2021년 1월 러시아에서 체포되기까지의 모습이 담겨있다. 노비촉은 냉전 시대 소련이 썼던 신경작용제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자전적 다큐멘터리에서 “만약 당신이 살해된다면, 러시아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겠느냐”는 질문에 한숨을 쉬었다. 이어 “마치 내 죽음을 다룬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고 잠시 숨을 고르는 듯 보인 그는 “그들이 나를 죽이기로 결정했다면 이는 우리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이 힘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악이 승리하는데 필요한 유일한 것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가만히 있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의 이같은 말은 결국 그의 운명을 예견한 듯 의문의 죽음 앞에 재조명되고 있다.

‘나발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다니엘 로허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2022 선댄스 영화제에서 “2020년 11월 8일 오스트리아에서 크리스토 그로제프(탐사전문기자)가 던진 말 ‘누가 나발니를 독살하려 했는지 단서가 잡혔다’는 그 한마디가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며 “러시아 정부가 저질렀던 부당한 행동에 연관되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알렉세이 나발니라는 이름이 계속 헤드라인을 장식해 구금 중인 그가 의문사를 당하지 않도록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그의 존재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2023년 열린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나발니는 노비촉으로 인한 의식 불명에 빠졌다 회복한 뒤 2021년 귀국했으나 횡령 등의 혐의로 이듬해 11년 6개월 형을 받고 수감 중이었다가 극단주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활동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징역 19년형을 추가로 선고받아 총 30년 이상의 형을 받고 수감 중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1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은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 교정당국의 말을 인용해 “나발니가 산책 뒤 의식을 잃었으며 의료진이 응급조치를 했으나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며 사인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는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로 일하던 중 러시아 국영기업들의 부패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고발했다. 이후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반부패재단 FBK를 설립하며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떠오르며 푸틴 정권과 각을 세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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