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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족 화장품산업)①롱런이 드물다

안준형 기자I 2009.05.22 10:37:21

장수 브랜드 드물어..대부분 5년내 수명
유행따라 피고지고..해외브랜드 `장수=명품`과 대조

[이데일리 안준형기자] 아름다움(美)을 수출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가속화 되고 있다. 그 선두에 화장품 업체들이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등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화장품을 한국의 내일을 살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데일리는 화장품산업이 `엔진`을 장착하고 세계 무대로 출항하기 위해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 할 지점들을 3회로 나눠 짚어본다. [편집자]
 
`쾌활한 남자, 호쾌한 남자`.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090430))은 1978년 쾌활하고 호쾌한 남자라는 뜻의 남성 전용화장품 `쾌남`을 만든다. 이후 쾌남은 `쾌남루트`, `쾌남골드`, `미스쾌남` 으로 브랜드를 바꿔가며 국내 대표적 남성화장품으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미스쾌남`은 모습을 감췄다.
 
`미스쾌남` 뿐 아니다. 한국화장품(003350)의 `쥬단학`도 종적을 감췄다. 1967년 첫 생산 이후 한국 방문판매 화장품의 대표가 됐던 쥬단학도 우리의 곁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사실 이 두 제품이 단종 된 것은 아니다. `미스쾌남`은 목욕탕 등에 특가용으로, `쥬단학`은 방문판매용으로 소량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서는 `산소 호흡기`만 떼면 죽는 브랜드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스쾌남과 쥬단학은 두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조차도 찾아 볼 수 없다.
▲ 태평양의 `쾌남`(1977년)

아모레 퍼시픽 관계자는 "한 때 큰 인기를 얻었던 미스 쾌남이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점차 벗어 나면서 생산을 거의 하지 않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 한국화장품은 "현재 쥬단학은 에센스와 크림 2종만 생산되고 있다"며 "개발 당시와 트렌드 차이가 많이 벌어졌고 다른 브랜드들이 많아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 나마 `미스쾌남`과 `쥬단학`은 나은 편이다. 그 외 대다수의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3~5년 반짝하다 사라진다.
 
지난해 세계 화장품 규모 12위로 적지 않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 `제품`만 있고 `브랜드`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최장수 브랜드는 몇 살?

화장품 업계는 실질적인 생산과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최장수 화장품 브랜드로 `마몽드`를 꼽는다. 아모레퍼시픽이 1991년에 만든 마몽드는 `방년` 18세로 국내 최고(最古)브랜드에 올랐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역사는 60여년이다.

그 뒤를 코리아나 화장품의 `코리아나`(1992년), 한국화장품의 `템테이션`(1993년),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1994년),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1995년)와 `라끄베르`(1996년) 등의 화장품이 잇는다.

그 외 대다수의 국내 화장품은 5년 안에 브랜드로서의 수명을 다하고 사라진다.

반면 장수하며 세계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해외 브랜드가 많다. 샤넬, 랑콤, 크리스찬 디오르, 시세이도 등은 `장수 화장품이 곧 명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팔리고 있다.

◇ 유행따라 피고 지고

국내 화장품이 단명(短命)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단기간내에 시장에서 승부를 내려는 `조급증`과 눈앞의 유행만 좇는 근시안적 시각을 이유로 들었다.

아모레퍼시픽 마케팅팀 관계자는 "주기가 짧은 브랜드 컨셉을 바꾸느니 새로운 상품을 출시한다"며 "브랜드 컨셉을 모호하게 잡아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모레퍼시픽도 90년대 초반 톡톡 튀는 신세대(X세대)들을 위한 감성적 화장품 레쎄, 남성용 트윈엑스를 출시했지만 시대 흐름이 바뀌면서 화장품 브랜드 수명도 같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제품개발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외국 화장품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국내 제품 자체를 브랜드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국내의 경우 2~3년에 한번씩 신제품을 출시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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