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궁지에 몰린 與, 밤샘 농성쇼에 예산안까지 고의로 질질 끄나

이상원 기자I 2023.12.02 18:13:42

野 '탄핵 공세'에 방어 급급한 與
'이동관 탄핵소추안' 두 차례 무산
필리버스터 철회·이동관 사퇴로 저지
與일부 "李사퇴 알고 있었다"
"예산안도 정부·여당의 시간…급할 것 없어"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방어하기 급급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두 차례나 본회의를 무산시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통과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동관 탄핵소추안’ 두 번 막은 與

탄핵안을 통과시키려는 민주당과 사활을 걸고 이를 막으려는 국민의힘이 정쟁을 일삼으면서 결국 내년도 예산안 법정 기한인 2일을 넘기게 됐다.

국민의힘이 정부의 원안을 올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려 궁지 탈피에만 골몰해 여당과 야당이 ‘주객전도’ 됐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민주당이 이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9일 본회의부터다. 이 방통위원장이 가짜뉴스 근절을 이유로 방송사에 보도 경위 자료를 요구하는 등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다.

국민의힘의 이를 막기 위해 꺼낸 카드는 바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철회’다. 앞서 국민의힘은 야당 주도로 추진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쟁점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일간의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계획하고 있었다.

다만 본회의 개의 직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면서 본회의가 즉각 종료됐다. 민주당의 이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처리도 무산됐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달 9일 발의한 탄핵안을 철회하고 재발의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과 전날까지 이틀 연속 열린 본회의를 통해 재발의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려고 했다.

국민의힘이 두 번째 꺼낸 카드는 이 위원장의 ‘전격 사퇴’였다. 곧장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로 민주당이 재추진한 탄핵소추안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국민의힘은 방통위를 무력화하려던 민주당의 시도에 맞선 이 위원장이 내린 결단이라고 했지만, 이미 이 위원장의 사퇴는 당과의 교감이 있었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이미 (이 위원장이 사퇴한다는 것을) 당 지도부 중 몇 명만 알고 있었던 것은 맞다”고 밝혔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는 “밤샘 농성이 전략이라는 점, 하나의 ‘쇼’였다는 것도 인정한다”며 “그래도 국민에게 민주당의 탄핵 남발에 대한 부당함을 절절하게 호소하는 진정성 마저 부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왼쪽) 의원과 야당 간사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법정 시한 넘겨 정부 원안 자동 부의…野 “고의 지연”

‘탄핵 정쟁’이 이어지면서 결국 내년도 예산안 법정 기한인 2일마저 또 넘기게 됐다. 여야는 최대 쟁점인 연구개발(R&D), 지역화폐 예산, 검찰 특수활동비 등에서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밀실 회의’라고 불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 소위원회(소소위)에서 여야 간사 간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여전히 ‘감액 심사’에서 교착 상태라고 전해졌다.

야당 예결위 관계자는 “여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R&D 예산에 대해서도 증액을 하겠다고 했지만 어디에 얼마씩 하겠다는 구체적인 안 들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법정 기한이 지날 시,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정부가 낸 내년도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 되기 때문에 국민의힘 측에서 이를 노렸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여당은 정부안에 원하는 것을 담을 것이다. 야당이 증액 요구 사안이 많기에 불리한 것은 우리”라며 “굳이 꼽자면 여당은 해외 R&D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사수하려 했지만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가 무산되면서 이에 대한 감액도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여당은 ‘예산안의 키’를 쥐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당 예결위 관계자는 “이제는 정부·여당의 시간”이라며 “법정 시한이 지나면 여당은 급할 것이 없다. 법은 민주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어도 예산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