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붓'으로 할 수 있는 전부… 이정웅 '브러시'

오현주 기자I 2023.01.31 09:51:17

2022년 작
도구가 아닌 대상으로 묘사한 '붓 그림'
상징적 의미서 나아가 실체하는 본질로
"먹물 튀는 힘, 행위적인 표현 담아보려"
구상·추상 동양·서양 실재·재현 다 담아

이정웅 ‘브러시’(2022 사진=갤러리BK)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저 붓이 푸른 꽃을 피웠다. 진한 푸름을 묻힌 채 캔버스에 박힌 붓. 그 붓으로 찍은, 잔잔한 화면에 강하게 번지고 퍼져나간 묵직한 한 점이 세상 모든 기운을 끌어당긴 듯하단 얘기다.

작가 이정웅(60)은 ‘붓 그림’을 그린다. 붓을 도구가 아닌 대상으로 묘사하는 거다. 상징적 의미의 붓에서 나아가 실체하는 본질의 붓으로 승부를 걸었단 건데. 쉽게 말하자면 ‘브러시’(Brush·2022) 속에 보이는 브러시인 저 붓은 작가가 그린 것이란 얘기다. 극사실화 기법으로 실물보다 더 실물처럼 말이다.

초기에 꽃·과일 등 정물과 함께 ‘문방사우’를 그리던 작가가 유독 붓에 꽂힌 건 “생명력과 역동적인 힘에 매료돼서”란다. “붓이 지닌 본질을 표현하고 싶었고, 먹물의 튀는 힘을 상징하거나 추상적이면서 행위적인 표현을 담아보려 했다”고 말하기도 했더랬다.

덕분에 작가의 화면은 구상이면서 추상이고, 동양이면서 서양이며, 실재하면서 재현하는 양 갈래 현상을 모두 드러낸다. ‘붓’으로 할 수 있는 전부다.

2월 9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2길 갤러리BK서 강애란·김근태·김춘수·우국원·유봉상·이세현·정해윤·홍경택과 여는 9인 기획전 ‘숨겨진 명작 2부’(The Hidden Masterpiece Part Ⅱ)에서 볼 수 있다. 국내외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이들 작가들의 대표작을 걸었다. 캔버스에 오일·혼합재료. 137×137㎝. 갤러리B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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