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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나홀로 수출 호황…무역흑자 이유는[중국은 지금]

신정은 기자I 2022.09.04 16:17:09

'탈중국' 움직임에도 '세계의 공장' 여전
중국 7월 무역수지 흑자 역대 최대치
中내수 부진에 수입 증가폭 줄어
위안화 약세도 호재…고부가가치 수출 늘어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이 나홀로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프레이션 우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악재 속에서도 중국은 두자릿수가 넘는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탈(脫)중국’을 위해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수출 호조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수출이 둔화하면 경제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상하이 인근 장쑤성 타이창항. 사진=신정은 특파원
위안화 약세…고부가가치 수출 늘어

중국은 올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몇 안 되는 주요 국가다. 올 상반기 기준 무역 상위 10개국 가운데 무역 흑자를 기록한 나라는 중국, 독일, 네덜란드에 불과했는데 이 중 흑자 규모가 커진 곳은 중국이 유일했다. 중국의 7월 무역수지 흑자는 1012억달러로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87년 이후 7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과 일본 등 전통적인 제조 강국이 무역적자를 이어오고 있고 독일 마저 지난 5월 31년만에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중국의 수출은 코로나19 사태에 이후에도 꾸준히 늘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D)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상품 수출액(달러 기준)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3.2%에서 2021년 15.1%로 증가했다.

중국의 수출 호조는 내수 부진 속에서 경제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기여한 바는 20%가 넘는다.

중국 수출 호조의 배경으로는 먼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긴축 행보를 이어가면서 위안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있어 위안화 가치는 올해 달러대비 6% 가량 하락했다. 위안화 약세는 수출기업에 호조다.

게다가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가 높은 ‘메이드인 차이나’ 상품이 주목받게 됐다. 마스크, 코로나19 검진키트 등 중국산 방역 제품도 전세계적으로 잘 팔리고 있다.

중국 수출 품목에 변화가 시작된 구조적인 측면도 있다. 과거와 달리 중국의 디스플레이, 배터리, 스마트폰,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수출 규모 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중국 내 대표 무역 전문가인 투신촨(屠新泉) 중국경제무역대 세계무역기구(WTO)연구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무역 구조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이 빠른 공업화를 이루면서 저가 상품 뿐 아니라 전제제품, 중간재 등 중·고가 상품을 만드는 능력도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내수 시장이 크기 때문에 같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로 인해 생산 원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 월간 수출입 증가율. 수출이 검정색, 수입이 회색. 그래프=중국해관총서, SCMP
中 수출 14.7% 급증·내수 부진에 수입은 5% 그쳐

역설적이게도 중국 무역수지 흑자의 배경에는 내수 부진의 영향도 있다. 올해 중국의 1~7월 누적 수출은 14.7% 늘어난데 반해 수입은 5.3% 성장하는데 그쳤다.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들면서 무역 흑자가 커진 것이다.

중국은 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생산활동과 소비가 모두 위축되고 있다. 연간 경제 성장률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중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는 ‘5.5% 안팎’인데 이미 3%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중국이 내수에서 소비하지 못한 물량을 수출로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이 둔화하면 중국 경제 성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해관총서는 8월 무역 수지를 오는 7일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8월 수출이 전년 대비 13% 늘어나고 수입은 1.8%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8월에도 930억달러 수준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7월에 비해선 흑자가 줄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하반기 수출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많은 호재가 남아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의 수입선이 중국으로 전환되고 있고 △중국산 배터리, 자동차 등 품목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미국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대중 추가관세를 인하할 가능성 등도 있다.

중국 내에서는 이런 무역 수지 흑자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유명 평론가인 주하이핑은 “한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의 무역 적자가 지속된다고 해서 이들 국가의 경제가 후퇴하는 건 아니다”면서 “생산 기지를 옮기더라도 이들 국가는 글로벌 브랜드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력이 저렴한 나라는 이들 국가를 위해 사실상 ‘공장’의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결과적으로 중국의 브랜드와 기술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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