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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4' 묵직한 서사·지독한 액션·정교한 팀워크…진화한 마동석표 권선징악[봤어영]

김보영 기자I 2024.04.15 18:41:34

김무열, 시리즈 최고 지독한 빌런…반가운 변신
실망시키지 않는 장이수…마동석과 농익은 티키타카
정교해진 팀워크, 더 커진 범죄 스케일…묵직함 눈길
이동휘 빌런 쓰임새 아쉽…뚝뚝 끊기는 연출 호불호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괴물형사 마석도가 시리즈 사상 최고로 강력한 빌런을 만나 폭발하는 시너지. 힘겨운 고군분투인 만큼 후련함도 2배가 됐다. 스케일이 커졌고 범죄 수법은 보다 정교하고 심각해졌다. 유쾌함을 살짝 덜고, 더욱 묵직한 매력과 막강한 타격감으로 돌아온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다.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 분)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 분)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분),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개봉 열흘 전부터 예매량 10만 장을 돌파하며 전체 예매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작 ‘범죄도시3’는 주성철(이준혁 분)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 2명의 3세대 빌런에 괴물형사 마석도가 맞서는 2대 1의 구도로 진화해 눈길을 끌었다. ‘범죄도시4’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빌런이 2명인 대신, 두뇌형 빌런과 육체형 빌런으로 전작보다 더욱 세분화한 전략이 눈에 띈다. 영화는 필리핀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황제 카지노’란 온라인 대규모 불법 도박 조직에서 발생한 대규모 살인 및 불법 감금을 소재로 두뇌와 자본을 갖춘 빌런 장동철과 시리즈 사상 최고의 전투력을 갖춘 특수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우선 그린다.

빌런 장동철과 백창기의 공생 관계가 지분 다툼으로 인해 균열이 생길 때쯤 마석도와 광수대 팀은 ‘황제 카지노’에 불법 감금됐다 탈출한 청년 개발자가 필리핀 현지에서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을 맡게 된다. 살해당한 청년의 어머니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못 이겨 뒤따라 세상을 떠나며 마석도에게 편지를 남긴다. 마석도는 이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 사건을 어떻게든 자신이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한다. 다만 이번 사건은 마석도와 광수대가 주로 맡아온 강력 사건들보다 훨씬 복잡했다. 디지털 범죄와 살인사건이 결합돼 있기에 처음으로 사이버수사팀과 힘을 합해 TF를 구성한다. 여기에 뜻밖의 조력자가 함께한다. ‘범죄도시’ 1편과 2편에 출연한 장이수가 4편에 다시 돌아와 마석도를 주축으로 한 광수대 어벤져스가 구축된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전까지 주인공 마석도가 무력을 활용해 일방적으로 빌런들을 참교육하는 과정이 사건 해결에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었다. ‘범죄도시4’에서도 마석도의 힘을 이용해 통쾌한 권선징악이 이어진다. 다만 전작들에 비해 훨씬 큰 비중으로 등장인물 간 팀워크가 강조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범죄의 성격이 복잡하고, 스케일이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는 판으로 커진 만큼 마석도와 광수대&사이버팀 TF의 경찰들도 두뇌 및 현장 담당으로 역할을 분담해 치열히 사건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비공식 조력자인 장이수도 극 초반과 후반 틈틈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톡톡히 활약상을 펼친다. ‘범죄도시’ 1편부터 쌓아온 박지환과 마동석의 오랜 호흡이 이번 4편에서 완전히 농익어 웃음과 시너지를 유발한다.

특히 놀라운 건 4세대 빌런 김무열의 연기 변신이다. 김무열이 연기한 4세대 빌런 백창기는 시리즈의 빌런들 통틀어 전투력이 최상급이다. 백창기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경찰은 물론 사건과 무관한 민간인들에게까지 무차별한 살상을 일삼는 인물이다. 민첩한 움직임과, 망설임없는 성격, 간결하고 빠르게 적들을 처단하는 단검 액션. 잔인함이 그 전의 빌런들을 거뜬히 능가할 수준이다. 시리즈 통틀어 마석도의 가장 힘겨운 고군분투를 지켜볼 수 있다. 김무열은 ‘범죄도시4’를 통해 본인이 가진 액션 재능을 가감없이 발휘해 시리즈 통틀어 가장 섬뜩한 4세대 빌런의 모습을 완성했다. 마석도가 비행기 안에서 백창기와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백미다. 처음으로 ‘마석도가 밀릴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 만큼 김무열의 존재감과 카리스마가 훌륭하다.

마동석은 마석도의 전매특허 복싱 액션과 함께 이번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뛰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이번 편에서는 특히 마석도의 내적 갈등과 고뇌, 거친 감정선이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무겁고 묵직하다. 대신 마석도 특유의 실없는 유머와 애드리브, 장이수와의 케미가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해준다. 전편 ‘범죄도시3’가 재미 요소가 극대화한 대신, 서사가 가볍고 유치해졌다는 일각의 쓴소리가 있었다면, ‘범죄도시4’는 그런 아쉬움을 완벽히 상쇄한다.

다만 일부 캐릭터들의 쓰임과 뚝뚝 끊기는 듯한 연출 방식이 다소 아쉽다. 가장 아쉬운 쓰임이 이동휘가 연기한 두뇌 빌런 ‘장동철’이다. 영화의 로그라인에서부터 ‘두뇌 빌런’을 꾸준히 표방하고 있으나, 막상 영화에선 장동철이 특별히 두뇌를 써서 전략을 발휘하거나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거의 없다. 마석도와 백창기가 최후에 만나 대결을 펼치는 과정에 기능적으로 소모된 듯한 인상이다.

전편 ‘범죄도시3’에선 초롱이(고규필 분)나 토모(안세호 분) 등 적은 비중으로도 강렬한 매력을 발산한 감초 캐릭터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4편에선 원년 멤버 장이수만큼 존재감을 어필할 만한 새로운 얼굴들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허명행 감독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감독이었던 만큼, 액션 시퀀스들의 완성도와 다채로움은 확실히 전편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단검을 쓰는 김무열과 주먹만 쓰는 마석도의 대결에 설득력을 불어넣기 위해 최후의 대결 장소를 흉기를 반입할 수 없는 비행기 안으로 설정했다는 점 등 액션 시퀀스들을 뒷받침할 디테일의 미덕이 돋보인다.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허명행 감독. 러닝타임 1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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